[프로패셔널 라인] 외모 지상주의
배원혁/성형외과 전문의
이를 두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위 '퀸카'라는 여대생들이 180cm 미만의 모든 남성들을 루저라고 칭한 것이 편집없이 방송된 것이다.
키 큰 남자가 좋다는 자기 취향을 밝히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노력으로 커버할 수 없는 부분을 자기노력의 싸움과 경주에서 낙오된 이에게 쓰이는 '루저'라는 말로 짓밟았기에 많은 남자들의 공분을 사게 된 것이다.
거기다 하필이면 '180'이라는 똑 떨어지는 숫자가 나와 버렸기 때문에 그 어떤 심리적인 판단을 통한 해석의 여지도 없이 모든 남자들을 '180 이상' 또는 '180 이하'로 양분하고 키 작은 남자들을 구석에 몰아놓는 꼴이 되었다.
사실 남자들은 자신의 외모가 적나라하게 평가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잘 모른다. 원래 남자 여자를 표시하는 기호자체가 남자는 그리스 로마시대의 아레스의 창을 본뜬 것이고 여자는 비너스의 거울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여자들은 거울을 보며 분석하고 약점을 찾아내고 매일 자기 성찰의 과정을 겪는 반면 남자들은 거울을 볼 때 뭔가 불안한 듯해도 가슴 한번 쭉 펴보고 나름 괜찮은 구석이 많다고 자조한다.
남자의 경우 외모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정서와 외모는 좀 떨어져도 옷과 헤어스타일로 충분히 개성을 살릴 수 있다고 믿어주는 '관대한' 여성들 때문에 나태해지는 경향도 있다. 남자가 너무 잘 생겨도 부담스럽다는 여성들도 많고 어차피 외모는 주관적인 것이고 취향은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므로 이 넓은 지구 어딘가에는 자신을 사랑해줄 천사 같은 미녀가 한명쯤은 있을 거라는 생각을 늘 하고 산다.
따라서 한두달 운동하면서 '초콜릿 복근'을 만들어 미녀를 만나겠다는 상상만 하다가 게을러 포기해도 남아있는 똥배를 바라보며 큰 죄책감이나 자괴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반면 주관적인 남자의 외모와는 달리 여성들의 미를 논하기 위한 객관적인 기준은 이미 차고 넘친다. CD 한장으로 가려지는 작은 얼굴에 34-24-34 S라인 V라인 심지어는 신체부위마다 정밀한 평가의 기준이 개발돼 있다. 여자가 예쁘다는 말을 우리는 얼굴이 주먹만 하다느니 가슴이 크다느니 눈코가 시원하고 오똑하다느니 하는 식으로 개별화 파편화해 수직선위에 올려놓고 가름한다.
사회에 넘쳐 나는 외모에 대한 객관적 수치적 평가 기준을 여자들은 이미 내면화하고 있고 어떻게 보면 이런 가혹한 평가를 여자들은 늘 당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루저 발언에 분해하는 남성들의 대다수가 여자는 예쁘면 최고라는 외모지상주의를 유감없이 표출해온 당사자들이다.
이렇듯 외모에 대한 폭력적인 평가는 남자 여자 누가 당하든지 간에 가혹한 것이다. 애초에 사람의 외모를 조각조각 분해해서 분석하고 수치화시켜 함부로 논하는 우리사회의 언술법이 문제고 외모를 부추기고 이슈화해 돈벌이를 하는 모든 미용사업 업체들 또한 문제이다.
모든 이들이 남의 외모를 평가하는 기준과 수치가 거의 성형외과 의사 수준이 되어가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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