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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꽹과리와 부부젤라

진옥섭/KOUS 예술감독

TV를 켜면 남아공 월드컵이 시끄럽다. 부부젤라라는 전통악기가 내는 벌집 쑤신 소리 때문이다. 사격장 소음 기차 소리 전기톱 엔진 소리보다 크다고 한다. 이 정도면 부는 사람도 귀마개를 해야 할 터인데 이 소리가 꽹과리 소리와 비교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얻은 악명 때문이다. 꽹과리의 기초는 '붙잡고 치면 깨진다'는 것인데 그해에는 빼앗기지 않으려는 듯 꽉 잡고 쳐댔다. 결국 풍부한 성량이 귀청 떨어지는 소음이 된 것이다.

꽹과리는 들녘 30리까지 들리는 악기다. 이런 성량 때문에 우리네 삶의 핵심에서 울렸다. 모 심으러 나갈 때 울렸고 김매기를 하면서 울렸으니 우선은 벼의 태교음악이었다. 추수를 하면 잔치마당에서 울려 마을 사람들을 운집시켰다. 그리고 각자의 몸 속에 숨은 신명들을 모조리 호명했다. 말하자면 몸에 고인 혈전이나 세상살이 앙금이 다 빠지는 피부호흡을 체험케 하는 축제의 소리였다.

꽹과리는 채로 치는 오른손도 중하지만 악기를 드는 왼손도 굉장히 중요하다. 왼손은 꽹과리 판을 막고 열면서 울림의 길이와 크기를 조절한다. 이를 이용해 절묘한 소리를 만드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꽹과리를 울리자. 당부하건대 초보라면 꽹과리 잡는 법부터 바꾸자. 왼손 검지를 꽹과리 속에 넣어 들어야 한다. 닿는 곳을 최소화 해야 맑은 울음이 나는 것이다. 그냥 붙잡고 치면 말한 대로 깨진다.

하나 분명한 것은 꽹과리는 악기이자 흉기다. 오죽하면 사격장 소음보다 큰 부부젤라와 비교하겠는가. 아쉬운 대로 기본의 기초 '잡지 말자'를 실천하면 곧바로 흉기가 도구가 된다. 그리고 악기의 감동을 맛보려면 사물놀이 CD를 들어보자. 사납지만 암수 서로 정다운 소리 암꽹과리와 수꽹과리가 주고받는 '짝쇠'가 그려내는 소리의 만다라를 만날 것이다. 바로 그 소리가 세계인의 귀를 번쩍 열게 한 꽹과리 소리다. 어찌 귀를 막는 부부젤라 소리와 비교하게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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