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인물열전] 수로보니게, 믿음의 모정을 지닌 여인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 신약학
그러나 이 여인의 애처로운 절규에 가까운 요청에 예수님은 묵묵부답이셨다. 이러한 잠깐의 정적을 깬 것은 이 여인의 돌발적 행동과 요청에 심드렁해진 제자들의 불평이었다. 제자들의 반응에 부응하시듯 예수님은 얼음장 같이 쌀쌀맞은 비유로 이 여인의 간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하셨다. "자녀로 먼저 배불리 먹게 할지니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 당시 이 사건이 일어난 지역은 농지의 제한 때문에 농작물 공급이 항상 문제였다. 이러한 상황에 특별히 농작물이 귀한 계절(겨울)이 오면 상대적으로 가난한 유대 농부들은 예비한 곡식이 없으므로 발생하는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위의 비유를 말하곤 하였다. 다시 말해 '자녀의 떡'(이스라엘의 농작물)을 취하여 '개들'(이방인들)에게 주는 것이 옳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개'라고 하는 모욕적인 언사와 함께 예수님으로부터 매몰차게 퉁바리맞은 이 여인은 그 자리에서 물러서기는커녕 더욱 대담하게 예수님의 자비와 놀라운 능력에 호소하였다. "주여 옳소이다마는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예수님의 언행에 크게 실망하고서 돌아갈 법도 한데 여인은 예수께서 동족 유대인들을 위해 베푸는 자비와 능력의 부스러기라도 좋으니 이방인인 자신의 딸을 위해 베풀어 줄 것을 당당하게 요청하였다.
딸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지만 예수님을 향한 이 여인의 믿음은 불요불굴(不撓不屈)의 믿음이었다. 이러한 여인의 태도와 믿음은 앞선 말을 철회하지 않으실 것 같았던 예수님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말을 하였으니 돌아가라 귀신이 네 딸에게서 나갔느니라."(마가) "네 믿음이 크도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마태)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모정이다. 그러나 이 수로보니게 여인이 보여주듯 그러한 모정보다 강한 것은 믿음으로 충일한 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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