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철의 상인의 생각] 업(業)
업(業)이란 한자는 종이나 경쇠를 매다는 틀을 본 뜬 상형문자다. 나무로 된 틀 위에 공들여 무늬를 새기는 것을 일삼은 데에서 비롯된 말이 업이다. 그래서 인간생활 가운데 중요한 것의 하나인 일하는 근본이란 업이란 말은 주된 사업이나 직업을 가리키는 말로 표현된다. 생명은 업으로부터 시작된다 하겠다. 인간은 먹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데, 이런 움직임이 업의 개념이다. 업에는 처음으로 시작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불교에서는 전생의 업인(業因)으로 현생에서 업보(業報)를 받는다고 한다. 선악을 어떻게 저질렀는가의 원인에 의하여 나중에 고락(苦樂)의 인과업보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업도 어제의 노력, 즉 업인에 따라 오늘 잘 먹는지, 못 먹는지 정해지는 업과(業果)를 받는다. 직업, 사업, 산업 등과 같은 단어에 쓰이는 업이란 내 몸 또는 입이란 뜻으로 내 노력의 결과에 따라 이뤄지는 개인, 회사, 사회가 먹을 것을 만드는 일을 일컫는 말이다.
흔히 사람들이 “너는 뭐하고 먹고 사냐?” 하는 말은 바로 “당신의 업은 무엇입니까?” 혹은 “당신 회사의 업은 무엇입니까?”를 묻는 가장 직설적인 물음이라 하겠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회사나 나의 업이 무엇인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매일 똑같이 일하고, 매일 똑같이 먹고 산다. 자연으로부터 받은 업으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먹고 산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업이란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공평히 부여 받은 ‘먹을 것이 나오는 곳’으로 신성한 것이다. 그래서 서로가 일하기를 권하는 권업(勸業)을 중시하는 것이다.
업은 스스로의 힘인 업력(業力)에 의해 움직여 나가며, 업과를 낳는 원인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업력은 사람의 노력으로 끊임없이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리킨다. 사람 노력의 결실은 업적(業積)으로 나타나는데, 노력은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끝임 없이 이어지며 쌓여 가는 것이다.
기업, 사업체의 주체를 업주(業主)라 하는데, 업주란 업의 주체로서 노력을 쌓아 가 결국에는 문벌(門閥), 가업(家業)을 일으키는 사람을 말한다. 업은 자연상태에서 존재하나, 그것을 찾아내어 내 것으로 삼는데는 자연과 나와의 필연의 단서에 의해 연결된다. 한 가닥 정해진 실마리란 뜻의 단서는 자업자득(自業自得)으로 내 스스로 노력한 결과 내가 얻게 되는 업인 것이다.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라는 새마을 운동은 잘살아 보려는 실마리를 찾는 노력인 것이고, ‘우리도 하면 된다’는 노력을 권장하는 것으로, 단순해 보이는 국민구호라 하더라도 실은 업을 찾아 헤매는 노력으로서 상당한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말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있는 공기 중에서 질소비료를 뽑아 낸다던가, 흔히 있는 물에서 산소와 수소를 분리해 내어 에너지로 쓰는 일이라는 것이 바로 희미한 실마리인 단서를 찾아 업을 이루는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자연 속의 단서라 하여도 노력하는 인간이 아니고서는 눈에 보이지가 않을 것이다. 미미한 단서를 잡는 데에도 수많은 실패가 뒤따르며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조건이 붙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려운 경우가 닥쳐와도 업은 스스로 없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업적도 스스로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내 스스로가 노력을 그만둠으로써 업이 끊기는 것이다.
송신철/조지아 에셋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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