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인물열전] 이세벨, 광신적 우두머리의 대명사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교무처장
역사 속 악녀들의 이름들이다.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성서 속 악녀가 있다면 단연 이세벨이 아니겠는가?
북 이스라엘의 7대 왕으로서 가장 악명을 떨친 아합의 아내가 이세벨이다. 이세벨은 이웃나라 시돈의 왕 엣바알의 딸이었다. 엣바알은 원래 바알 신전의 제사장으로서 철저한 바알 숭배자였고 그 이후 시돈 왕이었던 펠레스를 암살하고 권좌에 오를 정도로 권력욕이 강했던 인물이었다.
이러한 집안 내력으로 인하여 이세벨은 아합과 혼인한 후 수도 사마리아에 이방의 남신(男神)인 바알을 위한 거대한 신전을 짓고 여신(女神)인 아세라 상을 세웠다. 나아가 그 두 신을 섬기기 위해 850명의 제사장을 두었으니 한 여인으로 인하여 이스라엘 전체가 야훼 신앙에서 떠나 이교신앙(異敎信仰)에 물들게 되었다.
그뿐인가 이세벨은 이교신앙에 맞서 야훼 신앙을 지키려 한 제사장들과 선지자들을 회유하여 변절시키고 살해까지 하였다. 그녀의 악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선지자 엘리야가 바알과 아세라 제사장들을 처단한 갈멜산 사건 이후 이세벨의 분노는 치솟았고 그녀는 엘리야를 향하여 복수의 칼을 들었다. 또한 이세벨은 나봇의 포도원을 빼앗기 위하여 거짓 증인을 내세워 하나님과 왕을 모독했다는 누명을 그에게 뒤집어씌워 살해하였고 그 포도원을 아합의 소유로 만들었다. 이에 엘리야는 "개들이 이스르엘 성 곁에서 이세벨을 먹을지니라"고 이세벨의 비참한 운명을 예언하였다.
그 예언은 후일 이루어져 이세벨은 내시에 의해 창밖으로 내던져져 개들이 그녀의 시체를 뜯어먹었다 한다. 이것이 악녀 이세벨의 최후였다. 그 잔혹한 이미지로 인해 '이세벨'이란 이름은 후일 계시록 2장 20절에 혼합주의적인 광신적 종교의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될 정도로 역사 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한 시대를 쥐락펴락 하던 이세벨의 표독스런 권력의 칼이 땅에 떨어지고 개들만 그녀의 옆에서 서성이며 죽은 권력의 몸뚱이를 뜯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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