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사람] '127 Hours' 실제 주인공 애론 랄스턴, 살기위해 스스로 팔을…그 처절함 아시나요
'무결점' '영웅적이고 뛰어난…' LA타임스 등 언론 작품성 극찬…감독·배우 벌써 아카데미 물망육중한 바위에 팔이 낀채 조난…닷새간 사투벌이다 팔 절단한 127시간의 끔찍한 고통 담아내
조난후 가지고 갔던 캠코더로 주변 사람들에게 메시지 남기며 살아야겠다는 의지·희망 다져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127시간’(127 Hours)은 대중적 작품은 아니다. 영화는 2003년 유타주 블루 존 캐년에서 육중한 바위에 팔이 낀 채 조난돼 닷새간 홀로 사투를 벌이다 불굴의 의지와 정신력으로 자신의 팔을 직접 절단한 채 생존해 돌아온 실존 인물 애론 랄스턴의 삶을 그리고 있다.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그리고 있는 만큼 영화는 끔찍하고도 환각적이다. 하지만 평단은 이 영화에 어마어마한 극찬을 바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127시간’을 ‘무결점의 영화’라 표현했다. LA타임즈는 '영웅적이고도 뛰어난’ 영화라며 ‘인간의 정신력에 대한 강렬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2008년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로 아카데미상 8개 부문을 휩쓸었던 대니 보일 감독과 작가 사이먼 부포이, 작곡가 A.R. 라함 트리오, 거기에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배우 제임스 프랑코가 다시 한번 아카데미를 휩쓸 가능성이 벌써부터 높게 점쳐지고 있다.
흥행도 나쁘지 않다. 개봉 첫주말 흥행수입이 26만 6000달러. 제작비 30만 달러를 사흘만에 거의 뽑은 셈이다. 이와 더불어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인 산악인 애론 랄스턴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이다. 영화로 그려진 실제 그의 체험과 완성된 영화를 본 그의 감상 등에 대해 궁금증이 쏠리고 있는 것. 최근 베벌리힐스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127시간’의 기자 간담회 현장에서 애론 랄스턴을 만났다.
말쑥한 양복을 차려 입은 애론 랄스턴에게는 활기찬 에너지가 넘치고 있었다. 그의 오른팔에는 손 대신 집게 모양의 인조손이 달려 있었다. 목숨과 바꾼 팔이었다. 조난됐을 당시 127시간 만에 스스로 팔을 부러뜨린 후 무딘 등산용 칼로 직접 팔을 자르고 탈출했었던 살기위해 펼쳐야 했던 처절했던 투쟁의 증거다.
영화 속엔 그가 팔을 자르는 동안 겪은 끔찍한 고통이 적나라하게 표현돼 있다. 관객에게도 그 고통은 고스란히 전달된다. 기자들조차 "너무도 끔찍해 주인공이 탈출에 성공했을 때 모두가 이 고통스런 영화에서 벗어난다는 데 기뻐했다"고 말하자 "나도 실제로 팔을 자르는 데 성공한 후 기쁨의 함성을 질렀었다"고 말한다.
"정말 '와우!' 소리를 지르며 미친듯이 웃었어요. 처음 조난됐을 순간부터 팔을 자르고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평소에 쓰던 스위스 아미 나이프 대신 싸구려 중국제 칼을 가져왔던 터라 결단이 힘들었어요. 몇 번 시도해보다 뼈 때문에 불가능하단 것을 알고 좌절도 했었고요. 마지막 순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5분만에 혼자 뼈를 부러뜨린 후 팔을 자르는데 1시간이 걸렸었죠. 그야말로 광적인 분노와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성공한 후엔 절망적이었던 시간과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졌다는 사실에 너무 기뻐서 날뛸 수 밖에 없었어요."
산악용 로프 칼 아주 약간의 물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가 그가 갖고 있던 전부였다. 당시 애론 랄스턴은 실제 캠코더로 셀프 카메라를 찍어 자신의 심경이나 사랑하는 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들을 기록해 놓았다. 곧 죽게 되리라는 두려움 속에 찍은 영상들이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랄스턴은 어떻게든 살아나가보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고 유머감각까지 발휘해 자신의 127시간을 캠코더에 담았다. 그리고 이 기록은 영화의 기초가 됐다.
"맨 처음 대니 보일 감독 사이먼 부포이 작가 제 역할을 맡은 배우 제임스 프랑코를 만난 날 다같이 모여 제가 찍었던 그 비디오를 보여줬어요. 다들 '이보다 좋은 교과서가 없겠다'며 열중해서 보더군요."
그 철저한 고독과 두려움 참기 힘든 육체적 정신적 고통 속에서도 살아야겠단 의지와 희망을 버리지 않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냐고 묻자 "영화에 나온 그대로였다"고 말한다.
"모든 게 무너져버릴뻔 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죠. 그때 엄마 아빠 여동생 동료 친구 등에게 캠코더로 메시지를 남기며 그 사람들에 대한 제 사랑 저를 향한 그들의 사랑이 저를 붙잡아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탈출하기 직전 마지막 날 극심한 고통에 시달릴 때 그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만나고 미래에 저만의 가정을 꾸려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환시같은 것을 봤어요. 이것이 저에게 또 다른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더군요."
영화의 마지막엔 실제 랄스턴의 현재 모습도 살짝 비친다. 여전히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 그리고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한 아이의 아버지가 돼 있는 모습이다.
"그 일을 겪고 난 후 제 인생은 더 도전적이고 진취적으로 변했어요. 못 이겨낼 것이 없단 생각이죠. 다만 전에 없던 한 가지 두려움이라면 아내와 아이에게 얼마나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하는 걱정입니다. 그 무엇보다 저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책임감인 것 같아요."
랄스턴은 완성된 영화를 벌써 3번이나 봤다고 했다. 첫번째는 혼자 영화를 보며 당시의 경험들을 철저히 다시 한번 되새겼고 두번째는 아내와 함께 마지막으로는 온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영화를 관람했다. 특히 옆자리에 앉은 어머니와 함께 영화를 본 경험은 너무도 특별했다며 랄스턴은 눈물까지 글썽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제 손을 너무 꽉 쥐셔서 제 남은 한 손 까지 없어지는 줄 알았어요. 제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 것을 아시면서도 그렇게 마음을 졸이시더라고요. 영화가 끝났을 때 절 와락 끌어안고 '고맙다 고맙다' 하시는데 정말 뭉클했습니다. 저에게 이 영화가 정말 '선물'과도 같은 이유입니다."
랄스턴은 영화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그린 제임스 프랑코의 연기에 대해선 혀를 내둘렀다.
"친구들이 모두 '완전 너랑 똑같다'며 놀랄 정도였어요. 제임스 프랑코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정말 똑똑하고 모든걸 빠르게 흡수하는 사람이었어요. 저에 대해 또 당시 제가 느꼈던 감정에 대해 너무도 완벽하고 깊이있게 표현해 내 줘 놀라울 따름이죠. 그가 정말 재능있는 배우라는걸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영화가 아카데미 상을 탈 것 같냐고 묻자 장난스레 웃으며 테이블을 톡톡 두들긴다. '낙킹 온 우드'(Knocking on wood). 입방정 떨지 않고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표현이었다.
한 기자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영화 잘 만들었나요?" 애론 랄스턴은 함박 웃음과 함께 엄지 손가락을 세워 보이며 간단히 답하고 호텔방을 떠났다. "물론이죠!"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