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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플레이스] 조지의 '올드 랭 사인'

박용필/논설고문

뉴욕의 세네카 폴스는 전체 주민이 5000명에 불과한 소도시다. 보름 전 이곳에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 기념관'이 오픈해 관심을 모았다. 1946년 거장 프랭크 카프라가 메가폰을 잡은 '멋진 인생'은 할리우드 최고의 걸작 톱 10에 꼽히는 작품이다. 당시 아역 배우로 출연한 캐롤린 그라임스가 개소식 테이프를 끊으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올드 랭 사인'에 얽힌 사연을 들려줘 다시 한번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스토리는 '베드포드 폴스'라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훗날 카프라는 그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세네카 폴스라고 말해 궁금증을 풀어줬다. 그래서 이곳에 기념관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주인공 조지(제임스 스튜어트 분)는 평생 가족과 주민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가며 살고 있는 작은 은행의 경영자다. 어릴 때 연못에 빠진 동생을 구하러 뛰어들었다가 한쪽 귀를 멀었다.

대학에 진학해 건축설계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동생을 위해 양보한다. 동생이 대학을 졸업하면 그 자리를 물려주고 큰 도시로 나가 세상구경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동생이 대기업에 스카우트 되자 그대로 고향에 눌러앉게 된다.

꿈은 접었지만 그는 착한 아내를 만났다. "여보 저 보름달을 따다 줄까? 동아줄에 칭칭 묶어 갖다 줄게. 아마 달빛이 당신 손가락 사이 사이를 비집고 나와 온 집안을 휘영청 밝힐거요."

조지는 가난한 주민들의 내집마련을 위해 서민 아파트를 지어주고 자신의 연봉은 마을 평균수준으로 동결한다. 평화가 깨진 건 '포터'라는 인물이 등장하고나서부터. 악덕 부자인 그는 음모를 꾸며 조지를 쫓아내고 은행을 통째로 삼키려 한다. 주민들은 그가 사는 곳을 '포터스빌'(Pottersville) 곧 '포터의 마을'이라며 손가락질을 했다. 탐욕의 동네라고 할까.

은행은 파산직전에 내몰리고 조지는 사기혐의로 고발된다. 절망의 나락에 떨어진 조지는 "나같은 인간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라고 중얼거리며 강변 다리 위에서 투신자살을 결심한다. 그때 어둠 속에서 풍덩 소리가 나며 '살려달라'는 비명을 듣는다.

강물에 뛰어들어 노인을 구한 조지. 알고 보니 그 노인은 조지의 수호천사였다. 노인은 조지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마을이 어떻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동생은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됐고 은행은 포터에 넘어가 마을은 온통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천사가 들려주는 말이다. "이보게 조지 친구들이 많다는 건 실패한 삶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일세. 포터를 보게. 돈만 있지 친구가 없지 않은가. 자넨 정말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 걸세."

다시 살고 싶다며 다리를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 거기서 그는 마을주민들과 맞닥뜨린다. 그에게 성금을 쥐어주며 다시 은행을 일으켜달라고 당부한다. 때는 새해 이브. 조지는 주민들과 함께 '올드 랭 사인'을 힘차게 부른다. "내 믿음직한 친구여/ 자네 손을 주게나/ 우리 우정의 잔을 함께 드세/ 그리운 그 시절을 위하여…."

2010년 한해 나는 어디서 살았을까. 혹 '포터스빌'의 유혹에 빠져 허우적대지나 않았을까 아니면 '베드포드 폴스'에서 넉넉한 마음으로 지냈을까.

영화는 우리에게 새해 인사말을 전한다. 돈과 명예.재산 어느 것 하나 없어도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으면 '멋진 인생'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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