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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인터뷰] "좋아하는 골프 10년간 못쳤다. 요리때문에…내게 요리란 그런 것"

마돈나·스필버그도 반한 '노부 레스토랑'의 요리사, 마쯔히사노부유키

당신 요리의 철학은 무엇인가.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요리의 기준은 '패션'(passion)으로 정의할수 있다. 일본어로 '네쯔죠'(열정)인 셈이다. 철학도 음악도 미술도 먹는 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 정성이다. 그래서 마음가짐(고꼬로)이 요리 맛을 좌우하며 까다로운 취향의 고객일수록 음식 맛 외에 레스토랑 분위기까지 맛보기 위해 찾아온다. 그 때문에 대중성보다 고급화를 추구한다. 또 퓨전이란 애매한 용어보다 열정과 마음에 바탕을 둔 '창조'(create)란 말을 즐겨쓴다."

할리우드에 정착한 이후 '일식 수출' 역군을 자처하는 그의 베벌리 힐스 소재 '마쯔히사 레스토랑' 입구에 내걸린 유명인들의 한마디가 걸려있다.

- 스티븐 스필버그(할리우드 감독) : "최고의 요리다. 하지만 엄마에겐 말할수 없다…혼나고 싶지 않다."

- 빌 클린턴(전직 대통령) : "우리딸 첼시도 이곳에서 21세 성년 생일파티를 치렀다."

- 마돈나(가수) : "그의 식당이 있는 도시는 즐거움이 훨씬 더 많다."

- 조르지오 아르마니(디자이너) : "맛과 재료의 환상적 콤비…한수 단단히 배웠다."

유명인들도 당신의 요리를 높게 평가한다.

"내 이름을 내건 식당이야말로 '자존심 홍보'에 다름 아니다. 34년전 LA에 온 이래 1987년 독립 '베벌리 힐스의 먹자골목'으로 불리는 라 시에네가 불러바드에 마쯔히사 식당을 오픈했다. 이후 명배우 로버트 드니로의 투자제안으로 17년전 뉴욕 트라이베카에 '노부' 레스토랑을 개설했고 연예인들이 대거 몰려오기 시작했다.

25개국서 식당운영중 관리위해 1년에 10개월은 세계 곳곳서

최근 한국에선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유행이다. 평소 '사람'을 중시한다는데 셰프를 면접할 때의 기준은 무엇인가.

"인터뷰 첫 질문은 항상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느냐'로 시작한다. 연봉부터 물어보며 돈 벌려고 오는 사람은 절대 받지 않는다. 신문사도 마찬가지 아닌가? 예술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사람은 요리를 망친다. 또 자체 교육도 중요하지만 선배들로부터 견습시키며 키운다.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우며 스스로 터득하게 한다."

한식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한 바와 결과물은 늘 다르다. 그러나 모든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프리젠테이션'(보여주기)이다. 예를 들어 일식의 3대 요소는 스시-덴뿌라-소바를 꼽을수 있다. 이탈리아 음식은 맛의 조화와 가격의 차등화 중국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 내놓는 순서가 세련됐다. 접시도 제각각 독특한 것으로 변화를 준다. 한국도 가격 세분화와 전채-메인-후식과 같은 요리 하나 하나의 코스별 구분이 필요하다. 고유의 맛을 희생시킬 필요는 없지만 서비스.스타일을 다양화 시켜 고객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단순하다는 인식을 주면 안된다."

돈벌러 오는 요리사는 사절 예술을 돈벌이 삼으면 요리 망쳐
스스로 '방랑 인생'이라고 부르는데.


"아프리카를 뺀 5개 대륙 25개국에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관리를 위해 1년에 10개월간 지구촌을 누비고 다닌다. 첫 정착지는 남반구 페루였다. 이후 아르헨티나.알래스카를 거쳐 빈손으로 LA에 뿌리를 내렸다. 도쿄에서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웃나라 한국은 평생 단 한번 몇년전 신라호텔의 초청으로 갔을 뿐이다."

뉴욕의 '노부 레스토랑'은 주방장이 영국인이라는데 그 이유는. "미국내 식당 가운데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곳 가운데 하나다. 노부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하얀 일본인'이란 이유로 중책을 맡겼다. 외국인 주방장을 보면 스시에 조예가 깊은 아시안 손님들이 다소 불안해하지 않겠냐는 질문도 받지만 그것은 2차대전 때의 편협한 사고방식이다."

경기도 안 좋은데 한끼 100달러 남짓 하는 비싼 메뉴만 판다는 불만도 있다.

"돈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싸구려 일본음식을 팔수 없다'는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이 있다. 젊은이들도 열심히 일하고 돈 많이 벌어 고급요리점에 여자친구를 데려오는 꿈을 달성하면 좋은 것 아닌가(웃음). 다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돈=성공'이란 등식은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이다. 음식 문화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이미 부자가 된 이후에 더 큰 돈을 벌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할수 없다."

바삭 바삭한 된장 개발하는 열정 그런 마음가짐이 맛을 결정
"비벼먹는데 부담이 간다"는 구로다 가즈히로 산케이 신문 서울 지국장의 '비빔밥 발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섞지 않아도 비빔밥은 비빔밥 아닌가? 비벼먹는 혼합(mix) 문화도 좋지만 반드시 뭉뚱그려서만 먹을 필요가 있을까? 따로 따로 먹어도 괜찮다는 유연한 사고를 도입하면 어떨까."

그는 늘 변신과 실험에 도전한다. 지난해 여름 브롱스의 뉴 양키 스타디움을 방문 메이저리그 VIP룸에서 자신의 요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대표작 '은대구 된장구이'에 이은 또다른 히트작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된장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바삭바삭한 '우마미'(별미) 마른 된장 개발을 구상중이다. 한국의 경우 앞으로 맵지않은 '드라이 고추장' 개발도 가능하지 않겠냐고 훈수한다.

기자가 자리를 뜨며 "요리란 과연 무엇인가 한마디로"란 질문을 던지자 처음 열거한 '열정'(passion)을 되풀이 대답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핸디캡 12인 골프가 '굉장한 취미'라는데 필드 잔디를 밟아본지 10년이 넘었단다.

베벌리 힐스 = 봉화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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