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셔널 라인] 개도 '자살' 한다
장칠봉/수의사·수필가
또 중세 가톨릭 신학자와 지도자들은 '자연에는 자살행위가 없고 자살은 자연의 법과 신의 법에 위반하는 것이니 사람은 자살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가톨릭 신자인 나는 그런 가르침에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동물에겐 자살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동물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기쁨 슬픔 불안 외로움 분노 고통 등을 느낀다. 그렇기에 사람이 자살하듯 동물도 자살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살을 '스스로를 죽이는 행위'로 풀이한다면 동물들도 자살을 할 수 있다는 여러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우리는 고래가 해안가로 올라와 죽는 소식을 종종 접하게 된다. 뭍에 올라 온 고래들을 사람들이 물로 돌려 보내도 다시 뭍으로 나와 결국 죽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죽음을 감행하는 고래들은 태풍이나 나쁜 기상상태로 어미와 헤어졌거나 또는 어미가 그물에 걸려 목숨을 잃은 그래서 고아가 된 고래 새끼가 대부분이다.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도 없고 살려는 의지도 없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라 할 수 있다.
같은 해양동물인 물개들도 뭍으로 올라 와 바다로 되돌아 가지 않아 굶어서 죽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들 물개들은 태풍으로 바위에 부딪쳐 부상을 입었거나 짝짓기 위해 라이벌과 격렬하게 싸워 상처를 당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외에도 물개들은 비닐봉지나 나무조각 등 무엇인가를 잘못 삼켰을 때 이런 자살행위를 시도한다. 죽음이 가까이 온 것을 알고 음식거부로 삶을 포기하고 스스로 죽음을 재촉하는 행위를 택했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겪은 어떤 개의 죽음을 회상해 본다. 나의 동물환자인 그 개는 나이가 15세(사람 나이로 80세 정도)로 비만인 골든 리트리버였다. 심각한 퇴행성 관절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했고 어릴 때 임신중절수술을 받아 여성호르몬 결핍에 의한 요실금증을 갖고 있었다.
개 주인인 80대 할아버지는 그 개가 자살을 했고 자신이 개를 자살하게 했다고 울먹였다. 개가 죽기 이틀 전 관절염으로 거동하지 않던 그 개가 잠자리에서 또 오줌을 쌌다. 할아버지도 힘들어 개를 마른 자리로 옮길 수 없게 되자 "이 녀석아 그만 나를 괴롭혀라. 나도 힘들어 너를 돌 볼 수 없다. 죽으면 좋겠다"고 했다. 바로 그날부터 개는 식음을 전폐하고 오줌도 누지 않고 한 곳에서 괴로운 듯이 누워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틀 후 새벽녘 아래층에만 있던 개가 계단을 타고 올라와 느닷없이 침대에 누워 있는 할아버지에게 키스를 했다.
그 개는 주인 얼굴을 핥고선 한참 동안 침대 곁에서 할아버지를 슬픈 눈으로 응시했다. 그리고는 슬며시 힘들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거동하지 않던 녀석이 웬일로 올라왔나. 잠시 후 할아버지가 이상한 예감이 들어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았다. 그 개는 턱을 바닥에 고이고 자는 듯이 평화스럽게 죽었으며 바닥에는 오줌이 넘실거렸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죽으면 좋겠다'고 해서 개가 스스로 삶을 끝내기 위해 그날부터 밥도 먹지 않았고 죽을 때를 알고 힘든 걸음으로 이층에 있는 방으로 들어와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할아버지는 개의 자살을 굳게 믿고 있었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