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통신] '지공거사'가 사는 법
백형설/언론인
이들에게 지급하는 각종 연금을 포함한 복지기금으로 국가는 점점 몸살을 앓는다. 그러나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한심한 발상으로 그 혜택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물론 과거에 모든 것을 희생해서 나라를 이만큼 이루었다고 자부하는 세대는 이를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더욱 비대해지는 고령화 사회에서 심각하게 생각할 문제이다.
65세가 되면 정부는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카드를 지급한다. 소위 말하는 '지공거사(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사람의 은어)'가 된다. 극장도 경로우대라고 절반 값에 관람할 수 있다. 이런 혜택은 당연하게 받다가도 신문이나 TV에서 60대 노인이라고 보도하면 '60대가 왜 노인이냐'며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이 세대 사람들이다.
사실 요즘에는 60대는 노인 축에 들지도 못한다. 심지어 경로당에 가서도 커피 심부름이나 한다니까. 그래서 이제는 우리 인생의 사이클도 재조정해야 한다.
25세까지는 청년기 50세까지는 장년기 75세까지를 갱생기로 하고 76세 이후를 노후기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우리 교회에서 경로잔치를 했는데 나이를 지칭하지 않고 '어르신들은 모두 참석 하십시오' 라고 광고했더니 70대 초반의 사람들도 근처에 얼씬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살면서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어떻게 멋있게 늙어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노인이 지켜야 할 행동거지를 흔히 '7-UP' 규칙이라고 말한다. Clean Up(씻기) Dress Up(정갈한 의복) Shut Up(잔소리 안하기) Show Up(모임에 잘 나가기) Cheer Up(잘 웃기) Pay Up(지갑을 잘 열기 즉 돈을 잘 쓰기) Give Up(더 이상 사회의 지도층이라는 감상에서 현실을 직시하기) 등을 말한다.
물론 이를 모두 실천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더욱 보람되고 젊게 늙기 위해서는 거기에 무언가 한 가지 이상의 활동이 추가되어야 한다. 그것은 취미 생활도 좋고 봉사 활동도 좋다. 돈을 벌기 위한 노력도 나쁠 것이 없다.
우리가 잘 아는 미국의 샌더스 대령은 65세에 닭튀김 집을 시작해서 무수한 실패를 딛고 드디어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을 일구었다.
해리 리버먼은 20세기 초에 무일푼으로 폴란드에서 이민 왔다. 어려운 생활 끝에 어느 정도 사업에 성공한 후 60대 후반에 은퇴하였다. 별로 하는 일 없이 체스나 두며 소일하던 그에게 노인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젊은 미술 학도의 권유로 리버먼은 난생 처음 붓 잡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70대 중반부터 시작된 그의 미술 전시회는 그가 얼마 전에 103세로 사망할 때까지 무려 22번이나 열렸고 그는 미국의 샤갈이라는 칭호를 받는 유명 미술가가 되었다.
모두가 노년에 목표를 높이 세우고 무리한 일을 추진할 수는 없다. 다만 매일의 생활에서 무엇인가 한 가지 이상의 취미를 발견하고 이를 생활에 접목시켜 실천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손쉽게 갈 수 있는 도서관을 이용하여 독서를 하거나 여기저기에서 실시하는 노인 강좌를 찾아 공부하는 것도 좋겠다.
그러나 사정이 허락하면 내게 있는 것으로 남에게 봉사하는 즐거움이 가장 크며 이것이말로 늙어도 젊게 사는 요령의 으뜸이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