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맛과 멋] 클로이스터스의 중세 축제
이영주/수필가
우리 일행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내 주장에 따라 이른 점심부터 든든히 먹었다. 행사가 있는 날은 미술관까지 차가 올라갈 수 없기 때문에 아랫동네 주차장에 파킹했다. 길가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차를 댈 만한 곳이 없었다. 아랫동네 거리에는 축제의 배너와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어서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어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클로이스터스는 그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새 단장을 해서 완전히 새로워진 모습이었다. 중세미술품 5000점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의 오늘을 만든 것은 록펠러(Rockefeller, 1874~1960) 집안이다.
1910년 미국의 조각가이자 수집가인 조지 버나드(George Grey Barnard, 1863~1938)가 포트워싱턴에 작은 규모로 시작한 미술관을 1925년 존 록펠러가 사들여 자신의 수집품과 함께 공원부지 65에이커까지 더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기증했다.
록펠러는 센트럴파크를 디자인한 프레더릭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의 아들에게 맡겼다. 더욱이 미술관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미술관이 마주 보이는 허드슨 강 건너편의 팰리세이즈파크에도 수백 에이커의 땅을 구입해 뉴욕주에 기증했다. 지금 우리가 미술관에서 맞은편 뉴저지 허드슨 강가의 풍광을 즐기고, 수도원에서 조지워싱턴 다리를 내려다보며 즐길 수 있는 것이 모두 록펠러의 선물 덕분인 것이다.
중세 수도원을 방불케 하는 미술관 건물은 프랑스에 있던 5개의 수도원 건물을 해체해 와서 다시 조립한 것이라고 한다. 리버사이드처치를 지은 찰스 콜린스(Chares Collens)가 디자인했는데, 1934년에 시작해서 완공된 것은 1938년이다.
미술관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태피스트리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유니콘 사냥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유니콘은 중세에 예수의 수난과 십자가, 부활을 상징하는 것이었으므로 많이 제작되었던 것 같다. 우리 눈높이에 맞춰진 스테인드글라스도 아름답다.
또 한 가지 볼거리는 미술관 정원이다. 중세 유럽 수도원의 정원을 고증해서 똑같이 복원한 정원은 3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중세 약초며 유니콘 사냥에 나오는 유럽 습지의 식물들, 재스민, 알로에, 오렌지 나무 등 온갖 꽃들이 심어져 있다. 황혼 녘 그 정원에 서서 허드슨 강의 황혼을 바라보면 자연이 주는 절정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축제가 열리고 있는 포트 트라이언 공원(Fort Tryon Park) 곳곳에도 다양한 볼거리들이 넘쳐 났다. 중세음악을 노래하는 중창단이며 악기 연주자들, 춤, 마술에서 어릿광대 놀음, 저글링, 인형극, 악극단의 공연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중세 공예품이나 음식과 음료수를 파는 포장마차들을 구경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얼굴에 그림을 그려주거나 문신을 해주는 가게가 유난히 많았고, 바비큐 가게는 기다리는 줄이 몇 십 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구경 온 사람들의 복장도 만만치 않았다. 황제의 분장에서부터 귀족들, 투구를 쓰고 칼을 허리에 찬 기사들, 멋진 깃털로 장식한 모자의 사냥꾼, 광대, 농부, 상인 등등 그 시대 다양한 계층의 모습들이 다 재현된 것 같았다.
특히 자녀들도 중세 복장을 입은 가족들이 눈길을 끌었는데 그런 부모들이 유독 우러러 보였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생활 속에서 역사 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은 훗날 반드시 사회에 유용한 인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녀에게 인문고전 독서를 많이 읽혀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렇게 중세축제에 와서 그 시대의 생활상을 직접 체험해보고, 그 시대의 건축과 예술품을 감상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살아 있는 인문교육이 아닐까?
우리 일행이 방문했던 날은 축제 때문에 클로이스터스가 북적였지만, 그 곳은 원래 고즈넉하고 고요한 미술관이다. 뉴욕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것이 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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