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칼럼] 티파티와 월가 점령시위 미래
신현열/뉴욕사무소 차장
그들의 주장이 ‘애국적 발로’임을 표현하고 싶었던 듯하다. 이들은 2009년 길거리 시민운동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미국 의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데 조직적으로 기여했다. 지난 9월에는 미국의 정부채무 상향조정 과정에서 공화당의 정책결정에 깊숙이 개입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한껏 과시했다.
티파티가 정치세력화에 성공한 지 1년 후 지금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 뉴욕의 월스트릿에서 금융자본의 탐욕과 부패를 고발하고 공정한 분배를 촉구하는 또 다른 시민운동인 월가 점령 시위(Occupy Wall Street)가 한창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좌절한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시위를 주도했다. 이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비슷한 점령 시위가 미국 전역은 물론 전세계 주요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다.
월가 점령 시위가 일어난 초기, 정치권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공화당은 월가 시위를 계급투쟁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원내 대표인 에릭 칸토는 이들 시위대를 폭도(mob)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위대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공화당을 등 뒤에서 지원하는 티파티를 능가하는 정치적 후원세력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대부분의 미국시민이 시위대에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데다 현 경기침체를 타개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무기력에 대한 비판까지 가세하면서 여야 정치인 모두 섣부른 논평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현재 티파티는 부유층의 기득권을 대변하는 이익단체의 성격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월가 점령 시위는 불평등을 조장하는 천민자본주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 ‘따뜻한 자본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이념적으로 순수해 보인다.
최근 언론에 따르면 시위대 내부에서 한동안 한계로 지적되어온 요구사항의 구체적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그들의 주장이 사회변혁의 동력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중구난방으로 요구사항을 표현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그것에 대답할 특정 상대방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시위대의 순수성과 대중적 지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티파티와 월가 점령 시위는 모두 시민운동으로 시작됐지만 향후 진로는 어떻게 달라질지 아직 불확실하다. 티파티는 그들의 요구사항을 명확히 하고 대의민주주의제도를 적절히 이용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고 있다.
반면 월가 점령 시위는 그들의 주장을 대중적 논쟁의 중심에 세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기존의 사회경제시스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는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시위대의 주장이 내년에 있을 미국의 대통령선거와 맞물려 조세제도의 개혁, 추가 경제부양책, 금융업계의 자정 움직임 등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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