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 확산 '차량도난경고 이메일'은 "가짜"
'눈 앞에서 차 훔쳐간다'괴담…한인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
수년 전 영어권 국가 등서 유행했던 '어번 레전드'로 밝혀져
가든그로브에 거주하는 서유복(가명.63)씨는 최근 주차장을 무대로 벌어지는 차량 절도 수법을 소개하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이메일을 받았다. 그는 주위 한인이 피해를 입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동시발송으로 전달했다. 서씨의 주소록에 포함돼 있던 본지 이메일로도 이 메시지가 접수됐다.
본지가 입수한 이메일의 경고 메시지는 영문으로 작성돼 있으며 메시지 원문 작성자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다. '경찰국의 경고'란 제목의 이 메일에 담긴 메시지의 원작자는 "지난주 금요일 밤 공용주차장에서 직접 겪은 일이다. 주차장에서 차에 오른 뒤 시동을 켜고 후진을 위해 뒷유리창을 보니 주차위반 스티커로 보이는 흰 종이가 뒷유리 중앙에 붙어 있었다. 집에 도착해 살펴 보니 주유소 영수증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참 다행이다. 만약 네가 종이를 떼려 차에서 내렸으면 어디선가 누군가 순식간에 달려와 네 차를 몰고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난 어제 경찰국의 경고 메시지가 담긴 홍보물을 읽게 됐다"고 주장했다.
어느 도시 경찰국이 작성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이 메시지는 "후방 시야를 가리는 종이를 떼려 시동이 켜진 차문을 열고 내리면 도난 피해를 볼 수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엔 핸드백마저 놓고 내리게 마련"이라며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경고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닌 어번 레전드인 것으로 판명됐다.
어번레전드닷어바웃닷컴(urbanlegends.about.com)을 비롯한 다수의 도시 괴담 진위 판정 웹사이트들은 이미 서씨가 받았던 것과 같은 이메일 메시지가 2004년부터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확산됐고 이후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이메일을 통해 영어권 국가를 중심으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사이트들에선 서씨가 받았던 것과 거의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받은 유저들이 제공한 이메일 캡처 화면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이 중 일부 메시지는 세계 여러나라 도시 경찰국 소속 경관의 이름을 인용하기도 했다. 본지가 인터넷에서 뉴스를 검색해 본 결과 이메일에 소개된 수법에 따른 범죄 피해사례가 기사로 소개된 사례는 카운티는 물론 전국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서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저간의 상황을 들은 뒤 "한인들의 피해를 막으려는 좋은 뜻으로 보낸 메일인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내가 괴담 유포에 도움을 주게 된 셈이 됐다"며 "그나마 남에게 피해를 주는 내용은 아니니 다행"이라며 황당해 했다.
임상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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