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2편으로 다시 돌아온 20세기 할리우드의 아이콘 스필버그
스티븐 스필버그. 그의 이름은 곧 20세기의 할리우드를 뜻했다. 수십 년간 '부도' 한 번 없었던 흥행 보증 수표이자, 아카데미가 가장 사랑하는 감독이었다. 끝없이 새로움에 도전했고, 장르에 구분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그의 이름이 신화가 된 것도 그 덕분이다. 아직 그의 신화에는 쉼표도 마침표는 없다. 2011년 12월, 그는 나흘 간격으로 새로운 영화를 선보이며, 다시 한번 자신이 건재함을 세상에 웅변한다. 21일 개봉한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TinTin: The Secret of the Unicorn)'과 25일 개봉할 '워 호스(War Horse)'를 각각 만나보자.틴틴:유니콘호의 비밀 (TinTin: The Secret of the Unicorn)
비밀 찾아 세계 누비는 소년기자 '땡땡이'의 대모험
'땡땡의 모험'이란 만화가 있었다. 1929년 벨기에에서 첫 출간된 이래 세계 80여 개 국에서 3억 5000만 부 이상 팔린 시리즈물이다. 뛰어난 추리력과 명석한 두뇌를 소년 기자 땡땡이 흥미로운 사건들을 파헤쳐 나가며 겪게 되는 모험을 다룬 작품이었다.
만화 속 재미난 캐릭터들과 방대한 스토리는 어떤 영화 제작자라도 탐낼 만큼 훌륭했지만, 지금껏 누구도 그럴만한 엄두를 내지 못했다. 너무도 익숙한 그림체를 실사로 바꾼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거니와 세계를 누비며 스펙터클한 모험을 해대는 이야기인 만큼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감당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거기에 손을 댄 게 스티븐 스필버그다. 제작자로 함께 손 잡은 사람은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이다. 연출력은 물론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시각효과를 구현하는데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운 두 사람이 만났으니, 이야기는 달라진다. 스필버그는 무려 25년간 이 작품을 위해 준비했다고 전해진다. 피터 잭슨과 손잡고 본격적 작업에 돌입한 것만도 8년이다.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은 그 결과물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3D 이모션 캡처로 만드는 것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아바타'나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을 통해 대중에게도 익숙해진 모션 캡처의 진화 버전이다.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애니메이션이되 실제 배우의 움직임과 얼굴표정,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캡처해 실사에 버금가는 생생함을 불어넣은 방식이다.
지극히 단순한 그림으로 표현됐던 땡땡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그 선입견에서 벗어난다면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만들어낸 진정한 시너지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기술력의 진화 뿐 아니다. 우연히 거리의 상인에게 산 유니콘호의 감춰진 비밀을 찾아 하독 선장과 함께 지구상을 종횡무진한다는 스토리는 간결하면서도 흥미진진하다. 액션과 어드벤처, 서스펜스가 결합된 격이다. 시각적 즐거움은 100점 만점에 110점을 줘도 모자라다. '인디애나 존스'를 뛰어넘는 이국적 정취와 빠른 리듬에 '반지의 제왕'을 뛰어넘는 장대함이 있다.
스필버그와는 단짝인 존 윌리엄스가 음악을 맡았다. 'E.T'나 '조스' '쉰들러 리스트' 등에서 잊지 못할 영화 음악의 아름다움을 선사했던 그가 다시 한번 거장의 솜씨를 발휘했다.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은 벌써 속편 준비에 나섰다. 2편은 둘이 역할을 바꿔 피터 잭슨이 감독을, 스필버그가 제작을 맡는다. 같은 콤비가 만드는 틴틴이지만 1편과는 또 다른 새로움을 미리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PG등급.
워 호스 (War Horse)
전장서 꽃피는 말과 시골 청년의 아름다운 우정
스필버그가 만든 전쟁영화. 거기에 인간과 말의 아름다운 우정을 담은 작품. 이 두 문장만으로도 '워 호스'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다. 제작을 발표했을 당시부터 아카데미상 후보는 따 놓은 당상이란 평가를 받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는 충분히 그 기대치에 대한 보답을 한다.
영화의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 무렵이다. 영국의 시골 마을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농사를 짓는 소년 알버트는 아버지가 시장에서 사 온 말 조이의 조련을 맡게 된다. 걷고 서는 것에서부터 전속력으로 달리거나 밭을 가는 법까지, 알버트는 조이를 지극 정성으로 가르치며 각별한 사랑을 쏟는다. 하지만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조이는 어쩔 수 없이 전쟁마로 팔려간다. 슬픔에 잠긴 알버트는 언젠가 조이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알버트의 손을 떠난 조이는 영국군의 손에서 독일군의 손으로 넘겨졌다 다시 프랑스 시골마을 소녀의 손으로, 마지막으로 총탄이 빗발치는 최전방으로 1차 대전의 파란만장한 과정을 올 곧이 견뎌낸다.알버트의 손에서 명마로 자라난 만큼 전쟁터 어디에서도 사람들에 눈에 띄며 그 존재가치를 뽐낸다.전쟁이 길어지며 알버트 역시 입대해 전장에 투입되지만, 수많은 공포와 두려움의 순간을 버텨낸 종전 무렵 조이와 운명적 재회를 하게 된다.
영화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살아내는 주인공 캐릭터의 삶을 그린다는 점에서 은막의 황금기였던 60~70년대 할리우드 대작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쟁마 조이를 중심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군과 전쟁의 면면은 스티븐 스필버그표 전쟁 영화에 담겨있는 역사의식과 휴머니즘을 또 한번 멋지게 반복한다. 카메라는 전쟁이 한창인 유럽 곳곳의 풍경을 풍족히 담아낸다. 영국과 프랑스의 농가 풍경은 '초원의 집'을 연상케 할 만큼 평화롭고도 광활하다. 반면 총탄이 빗발치고 끝없는 행군이 계속되는 전방의 회색빛 풍경은 더없이 처참하고도 우울하다. 1차 대전 시작부터 종전까지가 시간의 흐름 대로 차분히 그려져 있는데다, 영화의 끝도 시작과 마찬가지로 알버트의 고향집으로 마무리돼 보는 이들 또한 길었던 전쟁을 온전히 경험해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조이의 출연분량이 상당하데,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마치 울음소리나 눈빛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듯 화면에 잡아낸 연출솜씨가 놀랍다. 그야말로 '말이 연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해 준다. 알버트와 조이의 재회 장면은 2시간 30여 분간 열심히 달려온 영화의 하일라이트다. 부상으로 눈을 다친 알버트가 그저 느낌과 소리만으로 조이가 가까이 있음을 감지하고 부르는 모습에 객석은 일순간 눈물바다가 된다. PG-13.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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