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우리에게도 내일은 있다
조현용/경희대 교수·한국어교육 전공
내일에 해당하는 순우리말이 없다는 것은 국어학자들에게도 고민거리이다. 나 역시 내일의 순우리말에 대해서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 희미한 자국은 고려시대 계림유사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송나라 사람 손목이 지은 계림유사는 고려시대의 언어자료가 담겨있어서 매우 중요한데, 거기에 ‘명일왈할재(明日曰轄載)’라는 자료가 나타난다. 이것은 내일을 ‘할재’라고 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할재’의 당시 발음은 ‘하제, 올제’ 등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제’는 때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어제, 그제’의 ‘제’와 마찬가지이다. 또한 ‘오늘’에는 ‘제’가 보이지 않지만, ‘이제’라는 단어를 보면 ‘제’가 나타난다. ‘제’는 ‘어릴 적’이라고 할 때의 ‘적’과 관련된다. 의미상으로 보면 ‘올제’가 앞으로 올 때를 의미하여 ‘내일’과의 관련성을 찾을 수 있다.
내일의 순우리말을 찾아서 다시 사용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올제’ 정도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예 사용되지 않은 말을 쓰는 것보다는 사용되었던 흔적을 찾는 것이 좋다. 물론 찾아지지 않는 단어의 경우에는 ‘참살이, 먹거리’ 등과 같이 새로 만들어 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내일에 해당하는 우리말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말들이 많지만 기본적으로는 순우리말이 한자어로 대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특히 신라 경덕왕 때 지명을 한자어로 바꾸면서 많은 어휘들이 한자어로 바뀌었다. 또한 일제강점기에도 많은 우리말 어휘가 한자어로 바뀌게 되었다. 훈민정음 창제시절에 쓴 ‘용비어천가’와 같은 글을 보면 한자어 어휘가 많지 않았었다. 아무래도 한자 중심의 세상이 오래 지속되면서, 우리말이 한자어로 대치되는 현상이 폭넓게 일어나게 된 것이다. 최근의 현상을 보면 영어 중심 세상이 되면서 외래어가 급속히 늘고 있다. 외국의 어휘가 우리말 속으로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외래어, 한자어의 사용을 피하려는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내일’에 대한 독자의 질문으로 한동안 어휘를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 좋았다. 앞으로도 독자와의 교류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내게 메일을 보낸 독자께서는 e-메일 주소를 찾느라 고생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른 독자들의 수고를 덜기 위해 e-메일 주소를 적는다. ([email protected]) 더 많은 독자들의 편지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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