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시론] '백설공주'와 한나라당의 미래

이길주/버겐커뮤니티칼리지 교수

미국이 대공항의 늪에 빠져있던 1938년. 영화사에 이변이 생겼다. 월트 디즈니사의 만화영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그 해 최고 화제작이 된 것이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공로상을 받은 월트 디즈니에게는 일곱 개의 미니 오스카 트로피가 추가로 주어졌다. 영화 속의 일곱 난쟁이들에 대한 감사의 뜻이었다. 왜 미국은 흔한 말로 코흘리개들이 좋아할 만화영화에 이렇듯 빠져 들었을까? 절망의 시기에 백설공주가 안겨준 희망 때문이었다.

잘 알려진 대로 한 나라의 임금님과 그의 예쁜 왕비 사이에서 부러울 것이 없었던 백설공주에게 시련이 찾아온다. 왕비가 세상을 떠나고 계모로 들어온 악한 새 왕비가 공주를 질투했기 때문이다. 왕비가 마법거울에게 물었다. "거울아 거울아 이 나라에서 누가 가장 예쁘지?"

거울이 대답했다. "왕비님은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그러나 백설공주가 더 아름답습니다." 불같은 질투심에 왕비는 한 사냥꾼에게 공주를 죽이라고 명한다. 하지만 사냥꾼은 공주를 깊은 숲 속에 놓아준다. 백설공주는 맹수들을 피해 도망치다 일곱 난쟁이들의 집을 만난다.

난쟁이들은 한마디로 질서 없는 막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늘 서로 다투었다. 백설공주는 환경변화를 위해 청소와 정리정돈에 팔을 걷어붙였다. 난장판인 부엌과 거실을 정돈한 뒤 퀴퀴한 냄새 나는 옷들을 빨고 나니 난쟁이들의 집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다음은 인격 향상 트레이닝. 한꺼번에 식탁에 달려들어 먼저 퍼먹겠다고 덤비는 난쟁이들에게 공주는 기다림과 질서를 요구한다. 결국 이들에겐 서로를 배려하는 협동심이 생겨났다.

한 예로 난쟁이들은 각기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었다. 문제는 한자리에 앉아 소리의 조화를 이루어내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백설공주 덕에 난쟁이들의 집은 노래와 음악소리로 채워지고 숲 속에서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백설공주가 이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한다. "참 즐거워(That was fun)!"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근혜)가 할 일은 바로 백설공주가 일곱 난쟁이들의 삶에 가져왔던 그런 변화를 이루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금 엉망진창이다. 당 대표의 돈 봉투 살포 의혹까지 불거져 나왔다.

비대위는 먼저 난쟁이 집의 잘못된 관행의 추함을 청소하고 개인 또는 계파의 이익을 쫓으려는 욕심을 제어해서 끝내는 전체의 조화를 이루어내야 한다.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백설공주의 슬기로움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불청객 백설공주에 대해 계속해서 불평을 늘어놓던 'Grumpy(심술쟁이)'란 이름의 난쟁이가 있었다. 백설공주는 변화를 받아들인 여섯 난쟁이의 달라진 모습을 통해서 그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것이 가능하면 한나라당은 즐거운 곳이 될 것이다.

영화 '백설공주'에서 악한 왕비는 세상에서 혼자만 예뻐야 하는 목적을 포기하지 않는다. 공주가 살아있는 것을 알게 된 왕비는 할머니로 변신해 직접 찾아간다. 백설공주에게 독이 묻은 사과를 먹게 한다. 그녀는 죽음과도 같은 깊은 잠에 빠진다. 하지만 반전이 찾아온다.

슬픔 속에서도 그간 공주의 '개혁' 드라이브로 훈련이 된 일곱 난쟁이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믿음직스럽게 잠든 공주를 지켜준다. 곧 왕자가 나타나 입을 맞추니 백설공주는 깨어나고 둘은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애들 영화 '백설공주'가 말해준다. 개혁은 희망을 낳아야 한다고.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