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사람

”그를 보라“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한 한인을 소개했다. “그는 인생에 등을 돌려야 할 절망적인 인간의 한계상황에서도 끝까지 하나님을 의지하고 노력하고 투쟁하여 주류 사회에 우뚝 설 자리를 발견했다.” 그가 바로 강영우 박사이다.

췌장암으로 4개월 동안 투병해왔던 강박사가 지난 2월 23일, 68세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아직도 할 일이 많은데...... 고난에 찼던 그의 과거를 돌아보면 현재 우리가 경기침체로 겪고 있는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다. 중3 때 친구가 찬 공에 눈을 맞아 두 눈을 실명했다. 그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8시간 만에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3년 전에 돌아가셨다. 졸지에 가장이 된 누나는 공장에서 일하다 과로로 숨졌고 13세 남동생은 철물점으로, 9세 여동생은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그는 시각장애인 재활센터로 가야만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대학에 진학하고 장애인 최초 국비 유학으로 피츠버그 대에서 교육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통과 시련을 극복하고 2001년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장애인 정책 담당 차관보라는 성공의 삶을 누렸다.

강박사와는 12년 전 시카고에서 처음 만났다. 위트만 칼리지에서 열렸던 세계 선교대회에서 처음으로 접한 역경 극복 스토리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워싱턴주 한인 유권자 연합 총회 키노트 스피커로 추천했고 그 일로 안내를 맡게 되었다. 시택 공항에서부터 여러 교회 간증집회 까지 부인 석은옥 여사와 함께 모시게 되었다. 두 번째는 교회 집회로 오셔서 다시 만났다. 세 번째 만남은 시애틀에서 있었던 세계 장애인 컨퍼런스에서였다.

곁에서 가까이 뵐 수 있었던 고인은 시각 장애인답지 않게 유머 감각이 뛰어났으며 항상 웃고 명랑했다. 어느 가을 차안에서 일행이 시애틀 가을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고 말했을 때 보지 못하는 강박사도 “시애틀 단풍이 정말 아름답네요.”라고 대답한 것이 기억난다. 강 박사는 “실명하기 전까지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기억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

그 후에도 강박사와 서로 소식을 전했는데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둘째 아들 진영 씨가 대통령 입법관계 특별보좌관이 되었다는 기쁜 소식도 먼저 전해 주기도 했다. 한동안 소식 없어 궁금했던 차에 췌장암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는 놀라운 소식을 대했다.
이처럼 강박사와는 개인적으로 함께 보낸 시간도 있었지만 직접 들은 그의 간증과 저술한 여러 책들을 통해 받은 많은 감동들은 강박사와의 이별을 더욱 아쉬워하며 슬프게 한다.

강 박사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시각 장애인이었던 그가 남긴 소망의 빛과 용기의 빛은 지금도 우리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그는 "장애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장애를 통해서 승리했다"며 고난과 역경을 기회와 축복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명된 후 어린 동생들과 헤어지기 싫어 “눈을 뜰 수 있으면 누나처럼 공장에서 돈을 벌어 동생이랑 살고 싶다.”는 기도를 했지만 하나님이 눈을 뜨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장에서 머무르지 않고 세계적인 인물이 될 수 있었다며 감사했다.

강박사가 그런 절망에서 희망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있었던 동기는 어느 날 헬렌 켈러의 이야기를 접했기 때문이었다.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삼중 장애인도 대학에 갈 수 있었는데 나는 비록 실명은 했지만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으니 열심히 노력하면 대학에도 들어가고 유학도 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이루어냈다.

강 박사는 임종을 앞두고 부인과 2아들에게 “ 좀 더 많은 것 주지 못하고, 좀 더 잘해주지 못했고, 많은 고생을 시킨 것 같아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라고 마지막 말을 맺었다고 한다.
우리도 사랑하는 아내, 남편, 가족들에게 생전에 더 잘해주고 더 사랑한다는 말을 나누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고 강 영우 박사는 이제 하늘나라에서 시애틀의 아름다운 단풍을 밝은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시애틀 단풍이 정말 아름답네요.”


이동근 편집국장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