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의 추억의 프로야구] 북일고 3인방 김상국
충청도를 연고지로 하는 빙그레 이글스를 대표하는 젊은 선수들의 양대산백을 이루는 천안 북일고 3인방과 청주 세광고 3인방이 있었다.천안 북일고는 면도날 투수 이상군과 유격수 전대영, 포수 김상국을 꼽고 세광고는 핵 잠수함 한희민과 민문식 투수, 기록의 사나이로 불리던 장종훈이 그들이다. 이 양대 산맥 멤버 중에 이번 칼럼에서는 김상국 포수를 소개한다.
이상군, 전대영, 김상국 이 세 사람은 북일고 초창기 멤버로 김영덕 감독 밑에서 1980년 봉황대기와 화랑기에서 선동렬을 꺾고 우승했다. 고교 야구계에 파란을 불러일으키며 천안 북일고 신화를 창조한 주인공들이었다.
포수 김상국은 북일고 시절부터 이상군과 호흡을 같이하며 81년 청소년 대표팀, 한양대와 빙그레 이글스까지 영예와 고락을 같이한 명콤비였다. 본래 그는 천안이 고향이 아니라 한밭(대전의 순 우리말) 출신이다. 한국화약이 천안 북일고 야구부를 창단하면서 스카우트된 선수였다. 다른 북일고 3인방 역시 고향은 모두 다르다. 이상군은 청주, 전대영과 김상국은 대전이다. 한국화약이 이들을 위해 들인 정성과 대가는 당시 유명 대학 스카우트 수준이었다.
이중에 이상군은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모셔온 보물과도 같은 존재였다. 당시 한일은행 감독직에서 물러난 명장 김영덕 감독의 지휘 아래 새로 태어난 북일고 야구는 승승장구하여 전국을 재패하기에 이르는데 그 멤버 중의 이름을 올린 친구가 김상국이었다.
그의 타격 폼을 옆에서 지켜 본 일본 프로야구계의 거성 장훈 씨가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김상국은 장타를 겸비한 정확한 타격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투수 리드(Lead)와 도루 주자 저지가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결국 주전 자리를 해태에서 트레이드 되어 온 유승안이 91년 은퇴하기 전까지 두 사람이 포수 마스크를 번갈아 가며 쓰게 된다. 그러다 보니 데뷔 첫해에는 출장 기회가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프로야구 실전 경험이 많은 유승안에게 기회가 더 많이 돌아갔다. 두 사람은 경기 운영 방식부터가 달랐다. 유승안은 말이 별로 없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투수를 리드할 때도 부드럽고 여유를 가지고 투수를 다독여 가면서 경기를 하는 편이었고 김상국은 이만수처럼 시끄럽고 성격이 급한 편이었다. 그래서 신경이 예민한 투수들을 포근하게 받아주는 면이 부족하다.
우리가 흔히 포수를 안방이라고 부른다. 가정으로 치면 어머니인 셈이다. 왜냐하면 포수의 수비 위치가 모든 선수들의 수비 위치나 방향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수뿐 아니라 야수들에게도 상대 타자의 장단점에 맞춰 수비 위치를 선정해 주고 투수와 함께 볼 배합을 위해 일구 일구를 놓고 사인을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에 온집안 살림을 책임져 관리하는 어머니에 비유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자가 루상에 나가면 투수의 견제구와 주자가 도루를 할 것인지를 미리 파악해 2루수나 유격수에게 사인을 보내 누가 베이스를 커버해서 주자를 아웃시킬 것인가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렇게 게임 전반에 걸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노련하고 경험이 많은 포수가 주전 자리를 꿰차게 마련이다. 요즈음 말로 2%로가 부족해서 김상국이 유승안에게 밀려 주전 자리를 계속 확보하지 못했던 것이다. 반면에 유승안은 투수 리드나 게임 운영에서 베테랑답게 팀을 이끌어 나가기 때문에 똑같이 2%가 부족해도 출전 기회가 더 많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찬스에서 큰 것(Home Run) 한 방을 날려 줄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기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파이팅 하나 만큼은 대단한 선수였다. 지명타자로 선발되면 더그아웃에 앉아 있으면서도 큰 소리로 동료들을 격려해주고 응원하면서 승리를 위해 전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이기도 하다. 95년 후배들에게 밀려 신생구단인 현대 유니콘스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고 마지막 야구 인생을 불태우게 된다.
1997년 현대 유니폼을 마지막으로 프로야구 인생을 마감하고 모교인 북일고 감독으로 재임해 2002년 자신이 고교에서 이루지 못했던 황금사자기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그의 아들 김동엽 역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스카우트 되어 아버지의 길을 따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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