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Why] 챕터 7과 챕터 11
빚잔치냐 구조조정이냐…'파산'은 새 출발이다
챕터 11 채무 조정후 사업 계속 운영…신청절차 복잡
파산. 사전적 의미는 채무자가 그 채무를 모두 갚지 못할 상태에 빠진 경우 채무자의 총재산을 모든 채권자에게 공평히 변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절차를 말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파산'은 사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과거정리의 성격이 강하다. 이승호 상법 전문 변호사는 “아직도 파산하면 모든 재산을 없어지는 줄 아는 한인들이 많다”며 “미국 파산제도의 기본적인 정신은 파산을 하게 되는 채무자에 대한 벌과성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어 주는데 의도가 있어 채무자에 대한 매우 유리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파산은 크게 챕터(Chapter)7과 챕터 11으로 나뉜다. 어떤 종류의 파산이냐에 따라 그 과정과 절차, 이후의 결과에 차이가 크다. 최근 한인 뿐 아니라 코닥 등 미국 대기업들의 파산이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어떻게 다를까
챕터 7과 챕터 11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빚 잔치(liquidation)'를 하고 모든 걸 털어버리느냐 '회생(rehabilitation)'을 위해 구조조정을 하느냐에 있다.
챕터 7은 모든 부채를 한꺼번에 정리해 청산하는 것이다. 채무자의 자산을 청산한 뒤 채무의 종류와 우선 순위에 따라 이를 채권자에 분배한다.
반면 챕터 11은 채무자의 채무를 구조조정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목적이다. 파산 신청을 하고 난 뒤에도 사업을 계속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챕터 7과 다르다.
채무자의 자산을 매각하는 게 아니라 법원의 주도로 채권자와의 협의를 통해 상환 기간이나 금액을 조정해 주는 방법이다.
신청 비용에서도 차이가 있다. 챕터 7에 비해 복잡한 서류 절차 등이 많은 챕터11는 처음 시작할때 드는 변호사 수임료만 대략 1만 달러에서 2만5000달러가 든다.
◆절차의 차이는
챕터 7에 해당하려면 소득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파산 신청자의 소득이 거주하는 주의 중간 소득보다 적어야 한다. 캘리포니아 주는 4인 가족 기준으로 가구 소득이 연 약 7만6000달러이다. 챕터 7 파산을 신청하기 이전 6개월간의 평균 소득이 이보다 낮아야 한다.
중간 소득 이상이라면 챕터 13으로 신청해야 한다. 보통 신청부터 종료까지 짧게는 3~4개월이 걸리며 마무리되고 나면 빚을 청산하게 된다.
자산이 별로 없는 이들이 오랜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 빚을 갚아 나가는 것보다 빠르게 새출발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셈이다. 하지만 파산 기록은 최대 10년까지 남는다.
챕터 11은 신청자가 법원에 구조조정 및 채무 상환 계획을 제출하고 이를 승인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코닥 크라이슬러 유나이티드항공 등 신문 지면에서 접하는 주요 기업들의 파산은 모두 챕터 11이다. 기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채무와 자산을 구조조정해 '회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파산 법원의 결정에 따라 파산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파산 기준 변화
지금의 파산법은 지난 2005년 대폭 개정됐다. 개정 파산법은 파산을 신청하기 전에 채무자가 해야 할 의무 규정을 신설하거나 강화했다. 개정 파산법의 기본적인 취지는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경우 챕터 7 파산보다는 빚의 일부를 갚도록 하고 있다.
연방 파산법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3월 접수된 총 32만2973건의 파산 신청 가운데 70%에 달하는 22만 7678건이 챕터 7이었으며 챕터 11은 2885건에 불과했다.
실질적으로 파산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절차상으로는 복잡해진 면이 있지만 파산을 신청하고 채무면제를 받는다는 결과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
임미연 변호사는 "파산은 법의 혜택을 받고 합법적으로 빚을 청산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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