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LA인] 2003년 '미라클 마일 살인사건' 미스테리…증거는 있는데 동기가 없다
용의자 로빈 조씨 본재판 진실공방
검찰측 "조씨 DNA 현장서 발견"
변호인 "동기 없어…불륜 남편이 진범"
19일 최종 변론후 유무죄 평결작업
▶사건 개요=시신은 LA한인타운 인근 미라클 마일 지역 르네상스 아파트 (630 S. Masselin Ave. LA) 402호에서 발견됐다. 송지현(당시 30세)씨와 막내 아들 현우(2)군 그리고 보모 민은식(56) 씨등 3명이 '처형식'으로 잔인하게 살해됐다.
당시 송씨는 안방에서 손이 묶이고 입에 덕 테잎이 붙여진 채 이마 가운데 총격을 당해 살해됐으며 전신이 비닐로 싸여진 상태로 발견됐다.
아들 현우군과 보모 민씨는 목욕탕 욕조에서 각각 가슴과 오른쪽 머리에 총격을 당해 숨졌다.
사건 직후부터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목격자가 없었고 증거도 충분치 못했다.
경찰은 숨진 송씨가 결혼반지와 명품 시계를 그대로 차고 있었음을 들어 강도가 아닌 '원한'이나 '애정'관계로 가닥을 잡았다.
이 때문에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앨 미첼리노 캡틴은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범인은 살해된 사람들과 굉장히 가까운 사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숨진 송씨의 남편 송병철씨가 제 1 용의자로 떠오르게 된 배경이다.
▶수사 과정=수사 초기 경찰이 남편 송씨를 용의 선상에 올려놓았던 이유는 2가지다. 사건 발생 직후 송씨는 심문과정에서 불륜 사실을 고백했다.
뿐만아니라 경찰서로 배달된 익명의 편지 한통이 경찰 수사에 탄력을 실어줬다. 편지는 타자기로 쳐서 다시 복사됐다. 문법은 엉망이었다. 편지는 "나이 어린 여자가 있었던 송씨가 아내와 헤어지기 위해 한국에서 해결사들을 고용했고 해결사들이 일을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내용이었다. 또 "송씨가 그 댓가로 얼마를 지불했는지는 모른다"고 고발했다.
그 후 경찰은 남편의 전화를 도청하고 잠복근무까지 벌였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경찰이 몰래 촬영한 사진에는 송씨가 혼자 상복을 입고 아내와 아이의 무덤을 찾아가 울며 비석을 쓰다듬는 모습도 찍혔다. 미제로 남을 듯 했던 사건이 급반전된 것은 5년 뒤인 2009년 3월이다. 사건 현장 3층 아래 살던 이웃 로빈 조씨가 용의자로 긴급 체포됐다.
조씨는 2006년 6월 250만달러 투자사기 혐의로 체포된 전력이 있다. 체포 당시 조씨가 경찰에 제공한 DNA와 미라클 마일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용의자의 DNA가 일치했던 것이다. 검찰이 조씨를 살인혐의로 기소하기에는 충분한 증거였다.
▶재판 쟁점=조씨가 체포된 뒤 전면 재수사가 진행됐다. 경찰은 자백을 얻기 위해 조씨를 집중 추궁했다. 피해자의 아파트에서 조씨의 DNA가 묻은 장갑이 발견된 이유를 물었다. 조씨는 "차고에서 쓰던 장갑"이라며 "기름에 알러지가 있어 장갑을 낀다"고 답했다. 조씨의 차고는 피해자의 주차장 바로 옆에 있다. 범인이 가져갔을 수 있다는 조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프랭크 샌토로 검사는 재판에서 "심문 당시 경찰이 실제 장갑의 종류를 말하지 않았는데 조씨는 라텍스 재질의 장갑임을 먼저 꺼냈다"면서 "범인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검찰은 용의자와 증거를 모두 확보한 듯 보였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검찰의 발목을 잡은 것은 동기다. 조씨가 3명의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할 뚜렷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다.
변호인측은 재판과정에서 이 점을 집중 공격했다. 변호를 맡은 앤드류 플라이어 변호사는 "검찰의 주장 대로라면 조씨가 당시 경제적 문제로 홧김에 총을 들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무참히 살해했다는 것"이라며 "합리적인 동기를 입증할 증거 없이는 검찰의 기소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플라이어 변호사는 이미 수사가 종결된 숨진 송씨의 남편을 다시 진범으로 지목했다.
9년간 끌어온 잔혹한 살인의 결과에 대한 법의 심판은 이번주내 매듭지어진다. 1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샌토로 검사는 검찰의 승소 가능성에 대해 "대답할 수 없다"면서 "19일(오늘) 최종 변론 후 곧바로 평결작업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평결은 유무죄 여부를 가리는 법적 절차다.
정구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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