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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앤디 워홀과 빗 속 데이트

이영주/수필가

비 내리는 화요일, 맨해튼 나갔던 길에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갔다. 지난 9월 18일 공식 개막한 앤디 워홀(Andrew Warhola, 1928~87) 특별전을 보기 위해서였다.

‘워홀에 관하여 : 60명의 아티스트, 50년의 세월(Regarding Warhol: Sixty Artists, Fifty Years)’이라 명명된 이 특별전은 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로 평가되는 워홀과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미술가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앤디 워홀하면 우선 캠벨 수프 깡통, 코카콜라 병, 마릴린 몬로가 우선 떠오른다. 그는 화가로서뿐만 아니라 조각가·작가·영화감독·레코드 제작자로도 활동했던 어쩌면 ‘20세기의 르네상스 맨’이기도 한데, 사람들은 그를 ‘팝 아티스트’로 밖에 대접하지 않는다.

그러나 점점 21세기의 대중문화의 진화를 몸으로 느끼면서 새삼 그의 천재적 예지안이 재평가되기 시작되는 것 같다. 그의 팝 아트는 현대미술은 물론 우리 현대 대중문화에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는 까닭이다.

‘바스키아’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다. 오래 전 줄리앙 슈나벨이 만든 ‘바스키아’란 영화엔 두 사람의 예술적 동지로서의 우애가 짙게 그려져 있다. 워홀의 유일한 가까운 친구 바스키아 작품 앞에선 그 영화를 떠올리면서 한참을 서 있었다.

줄리엥 슈나벨의 작품은 물론 게르하르트 리히터, 안드레아스 거스키, 척 클로스,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시그마 폴케, 알렉스 카츠, 브루스 나우만, 키스 헤어링, 잠 미셸 바스퀴아, 줄리안 슈나벨, 데이빗 호크니, 신디 셔만, 리처드 아베돈, 로버트 메이플토프, 캐더린 오피, 리처드 프린스, 빅 무니스, 마우리지오 카텔란, 그리고 아이 웨이웨이까지 이 시대 최고의 예술가로 불리는 이들이 모두 워홀의 영향권에 있다니, 가히 예술의 힘은 무한하다.

체코슬로바키아 노동 이민자의 자식으로 태어나 가난하고 병약한 어린 시절을 보낸 워홀은 어릴 때부터 통속적인 의미의 사회명사가 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연예인이나 유명작가를 흠모하여 영화배우의 사진을 모으거나 팬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자신도 그렇게 유명해지고 부자가 되고 싶었던 그는 미술가로 성공한 뒤에도 그 욕망을 숨기지 않고 자신의 명예와 부를 마음껏 만끽하여 사람들로부터 조롱을 받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특별한 감각을 지녔던 그는 사람들의 어떠한 비판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독립적으로 자신이 생각하고 꿈 꾸던 길을 꿋꿋이 지켰고 특히 자신을 믿었다.

그것이 그를 위대한 예술가로 만든 에너지였을 것이다. 그의 작품이 곧 그였고, 그의 꿈이었고, 그의 삶이었다. 그런 그의 확신과 재능과 자신감과 예술혼이 작품들을 보면서 점점 마음에 와 닿았다.

흔히 미국 미술이라면 유럽적 기원을 가진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추상 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를 떠올린다. 하지만 전후 미국사회를 특징지었던 대중문화의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끄집어내어 작품으로 재창조하면서 탁월한 비즈니스적 감각으로 자신의 상업미술 세계를 예술로 신분상승까지 제작해낸 워홀이 어쩌면 미국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의 작업실을 ‘팩토리’라고 명명하고 조수들을 기용해 대량생산으로 작품을 만들어 낸 워홀은 어떤 의미에선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사람이다. “사업에 수완이 있는 것은 가장 매혹적인 예술의 일종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확실한 상업관도 가지고 있었다.

사실 그가 진정한 예술가이든 비지니스맨이든 그건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가 실크 스크린에 만들어낸 재클린 케네디며 엘비스 프레슬리며 마릴린 몬로며 지나간 시대의 아이콘들을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일만이 행복했다.

빗 속을 걸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엔 그들의 시대적 아픔과 로망과 예술적 영감들이 그리움으로 빗줄기 속에 묻어올 뿐이었다. 예술에 이런 것 말고 다른 의미가 또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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