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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은 '그 사람의 가치관'…구두의 모든 이야기

일생동안 10만 5000km 걸어
짧지않은 행로의 동반자이자
패션의 품격 그리고 완성품

"…나는 오늘 새 구두를 샀다.
그것은 구름 위에 올려져 있다.
내 구두는 아직 물에 젖지 않은 한 척의 배
한 때는 속박이었고 또 한 때는 제멋대로였던 삶의 한 켠에서
나는 가끔씩 늙고 고집 센 내 발을 위로하는 것이다…"
( 송찬호 시 – ‘구두’ 중에서)


어린 시절 익숙했던 심부름 중 하나가 아버지의 구두를 닦아오는 일이었다.

밤늦도록 일하시고 돌아오신 아버지의 어깨는 어둔 밤의 두께만큼 내려앉아 있었지만 다시 아침이 되면 현관 앞에 놓인 코가 뭉툭해진 구두에 긴 구두 주걱을 뒷꿈치에 넣으며 신으셨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대문을 나가셨다. 일주일에 한 번씩 낡은 구두를 들고 구두닦이 아저씨에게 뛰어가서는 까만 구두약을 천에 묻혀 쓱쓱 닦으며 침을 퉤퉤 뱉는 그 모습이 신기해 한참을 쭈끄리고 앉았었다. 금세 반짝반짝하는 새 구두를 받아들면 뛰어가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광이 유리알같이 빛나는 구두를 신고 나가실 때면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신사였다.

운동화를 비롯한 캐쥬얼화가 유행인 현대에는 구두의 쓰임새가 많이 줄어들었다. 더군다나 정장에 운동화를 신는 새로운 패션 트랜드의 바람은 더더욱 구두를 고리타분한 고전으로 밀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클래식에는 언제나 품격이 있고 그 젠틀하게 갖춰진 이미지는 구두로 완성된다. 신발은 그 사람의 하는 일 여가 생활 가치관 등의 삶의 방식을 말해준다.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강인하고 단단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신발 고르기에 애착을 보였다. 늘 발끝이 뾰족한 모양의 구두를 신었는데 이것은 오케스트라를 완벽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그의 세심한 컨셉트였다.

우리는 일생 동안 지구 둘레의 2와 2분의 1에 달하는 10만5000 킬로미터 정도를 걷는다고 한다. 짧지 않은 행로의 동반자 '구두'. 우리의 인생을 따라 함께 걷는 구두에 오늘은 멋스러움으로 마음을 담아 보자.

◆구두는 전통과 문화의 그릇

구두의 역사는 깊다. 그리고 예전엔 신발이 신분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해서 구두는 주로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11세기 말 중세 유럽에서 오늘날과 비슷한 형태의 구두가 처음 등장하면서부터 구두의 종류는 다양하게 늘어갔다. 이 때는 앞이 뾰족한 구두가 유행했고 귀족의 신발은 금실을 사용하여 매우 고급스럽게 제작되었다. 프랑스의 루이14세는 작은 키를 보완하기 위해 처음으로 굽이 높은 구두를 신었고 그것을 귀족들이 따라하게 되면서 대유행되었다고 한다.

구두가 보다 보편화된 것은 '옥스포드'구두부터다. 지금까지도 구두의 전형적 교본으로 쓰여지는 '옥스포드' 구두는 17세기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의 학생들에 의해 탄생되었다. 이 당시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오래 신을 수 있을까?'가 주요 관심사였기 때문에 실용성이 떨어지는 긴 부츠가 단화 형태로 변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당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공부하는 학생들로서는 멋부리는 것보다는 실용성에 관심을 두었다.

이후 이러한 실용성과 편리함이 구두의 관건이 되어 착용감과 스타일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수많은 구두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 형태는 나라의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신사들의 근대적 규범을 확립한 영국에서는 최초의 스타일과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정직한 구두를 선호한다. 구두 디자인은 그리 날카롭지 않고 바닥에 두꺼운 이중 밑창을 주로 쓴다.

이탈리아에서는 좀더 화려한 스타일이 발전하는데 감성이 풍부하고 우아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구두는 선이 날렵하게 잘 빠진 디자인과 얇은 가죽 밑창이 특징이다.

프랑스인들은 섹시하거나 아름다운 선의 구두를 애호하고 실용적인 미국인들은 날카로운 클래식보다는 무난하고 캐주얼한 구두를 선호한다. 남자의 구두가 기본적으로 품격의 마인드를 내장하고 있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의 격식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자의 패션에 비해 남자의 패션이 밋밋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일정한 틀 안에서의 미세한 멋의 변화가 바로 남성 패션의 묘미인 것이다. 그 패션의 완성을 최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구두의 몫이다.

"구두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구두는 내면을 말한다
대체로 명사들은 구두에 많은 신경을 쓰고, 선택에 있어서도 신중하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구두 디자이너 살바토레 페라가모(Ferragamo)는 “구두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제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윈스턴 처칠(Churchill)도 구두를 고를 때 품위와 편안함을 동시에 추구했다. ‘조지 클레버리’란 맞춤 가게에서 주로 주문했던 그는 어떤 신사화를 주문하더라도 신고 벗기에 편리하도록 신발 위쪽에 고무밴드를 덧달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겉모습은 완고해 보이지만, 내면의 호탕함을 반영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구두에 아무런 절개 장식이 없는 매끈한 구두를 선호한다. 흔히 ‘플레인 토(Plain-toe)’라고 불리는 이 구두는 무난하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하게 된다. 반면에 영국의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Beckham)은 구두 위로 직선 한 줄이 가미된 ‘스트레이트 팁(Straight tip)’을 즐겨 신는다. 이 디자인은 격식과 더불어 진중함을 선보이는데, 베컴은 이 구두로 자신의 명석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대변한다.
영국의 제임스본드 배우인 피어스 브로스넌(Brosnan)은 구두 앞부분이 새의 날개 모양을 한 ‘윙탑(Wing tip)’을 자주 신는다. 가장 전통적인 옥스포드 유형에 속하는 이 구두는 화려하면서도 캐주얼한 옷을 즐겨입는 사람에게도 무난한 스타일이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정장을 입지않을 때는 가장 편안한 구두인 ‘로퍼(Loafer)’를 선호한다. 나이를 생각한다면 파격적인 선택이다. 로퍼는 ‘게으름뱅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발등에 끈이 없고 편하게 신을 수 있는 낮은 구두이다. 이러한 디자인은 멋스러우면서도 유연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무조건 비싼 구두로만 멋을 장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두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몇 가지의 패턴에 변형을 주면서 발전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구두의 유형을 인지해 두면 자신의 이미지에 맞게 연출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옥스포드엔 2종류가 있는데, 발등에 끈이 있는 것은 ‘플레인 토(Plain-toe)’,와 구두 옆 면 장식이 날개 모양을 한 ‘윙팁(Wing-tip)이 있다. 끈이 없는 가장 편안한 구두는 ‘슬립온(Slip-on)이라 하며, ‘로퍼(Loafer)’와 발등에 버클로 장식된 ‘몽크 스트랩(Monk Strap)’이 있다. 그리고 발등에 작은 술이 달린 구두는 ‘태슬 슬립 온(Tassel Slip-on)이라 한다.
◆2012년형 구두 패션
더운 여름의 차림을 벗어던지고 가을의 멋을 즐길 줄 아는 남자의 패션은 ‘재치’로 시작하자.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는 여주인공이 선물한 장동건의 구두가 눈길을 끌었다. 와인빛이 감도는 브라운 톤의 이 구두는 오묘한 컬러 감각으로 어느 옷과도 잘 어울리는 센스를 발휘한다.
요즘 구두 트랜드는 색감이 화려해지기도 하고, 검정이나 브라운과 같은 기본 색에 다른 색을 덧칠해 만들는 제품들이 유행이다. 아무리 멋쟁이라 하더라도 정장 차림에 너무 화려한 색감의 구두는 자칫 실패하기 쉽다. 그래서 가장 무난한 것은 역시 블랙과 브라운이지만, 약간 와인빛이나 블루가 감도는 구두의 선택도 멋스럽다.
한참 정장에 운동화를 신는 패션이 유행이었지만, 거꾸로 청바지나 면바지 차림에 정장 구두를 신는 바람도 불고 있다. 이럴 땐 되도록 바지 선이 발목이 보이도록 짧고 색감이 돋보이는 구두가 어울린다. 특히 ‘로퍼’나 ‘태슬’이 달린 구두가 안성맞춤이다.
구두의 편안함도 업그레이드 된다. 안창에 의학용으로 쓰이는 특수 메모리폼 소재를 사용해 발과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과 충격을 흡수해 척추의 위치를 바로 잡아주는 역할까지도 한다.
슈트리 사용 여하에 따라 수명 달라
◆좋은 구두도 오래 신으려면
구두는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한 구두를 오래 신는 것은 오히려 비경제적이다. 똑같은 구두를 매일 신으면 구두 주름이 깊게 패여 금방 낡게 되므로 하루 신은 구두는 쉼의 시간을 주어야 한다. 신을 때는 되도록 구둣주걱을 사용하고 벗어놓은 구두에 ‘슈 트리(Shoe tree 구두골)’를 끼워 놓으면 주름지고 모양이 변하는 것을 막아준다. 슈트리 사용 여하에 따라 구두의 수명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구두를 신은 뒤에는 솔로 먼지를 털고 1주일에 한번정도 구두약으로 닦아 준다. 구두의 가죽은 피부와 비슷해서 잘 다듬어주지 않으면 메마르고 거칠어진다.
구두를 고를 때는 가죽의 질과 색깔, 그리고 바느질이 꼼꼼한 지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한다. 좋은 가죽은 발을 구부렸을 때 부드럽게 꺾이고 벗었을 때 금세 원형을 회복하는 탄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오래 신으려면 자신의발 모양에 적합한 모양을 고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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