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입시 바로보기] 미술 연필은 4B다?

저스틴 염 원장/서울미술학원

미술 연필을 주제로 글을 준비하다 보니 어릴 적 기억을 떠올랐다. 해외 출장을 다녀온 아버지로부터 연필을 선물 받았는데 사용하던 국산에 비해 색도 잘 나오고 부드러운 것이었다. 당시엔 막연히 외국산이니 좋다고 생각했는데 기억 나는 것은 연필에 쓰여 있던 알파벳 'B'. 그 연필이 국산보다 진하게 잘 나온 것은 HB연필이 아닌 B연필이기 때문이었다.

2H HB 4B… 연필 끝에 붙어있는 넘버들이다. 제조사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가장 단단하고 흐린 9H(Hard)에서부터 중간단계인 F(Fine)와 HB를 지나 가장 부드럽고 진한 9B(Black)까지 총 20여 가지에 이른다.

이들의 성질을 결정짓는 것은 연필심을 만드는 재료의 배합비다. 흑연과 점토가 얼마만큼의 비율로 섞느냐에 따라서 단단함과 어둡기가 결정된다. 따라서 HB보다는 흑연이 많고 점토가 적게 섞인 B연필이 진하고 부드럽다.

그러면 미술용 연필로는 어떤 것이 좋을까. 한국은 초등교육에서부터 미술 실기가 포함되어 있어서 '미술 연필은 4B'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지만 미국 공교육 과정에서 이렇다 할 만한 실기수업이 없기에 기초적인 미술 관련 지식에 관하여 습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 연필은 4B'라는 것이 과연 진실일까.

재료상에서 미술용구를 구입할 수 있는데 이런 곳에서 4B연필만을 구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종류별로 묶어서 세트로 된 제품이 나와 있는데 이는 미술 연필이 하나의 종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제조사 가이드 라인엔 9H~B는 제도용과 같은 기술적인 용도 스케치나 드로잉용은 9B~H까지이고 디자인용은 6B부터 4H라 한다. 필기용 연필인 HB를 중심으로 H계열은 제도용 B계열은 미술용이라 하므로 미술 연필은 오직 4B만이 아닌 다양한 범위에 속한다.

미술용 연필이 여러 가지인 이유는 드로잉이 그만큼 다양한 선의 표현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는 속도 무엇을 그리느냐에 따라서도 영향을 미치는데 적절한 연필의 사용시 가장 좋은 점은 그리는 사람이 편리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빨리 그려야 하는 크로키의 경우 연필이 종이 위에서 춤을 추듯 미끄러지듯이 나아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소프트하고 톤이 강한 6B~8B가 적당하다. 섬세한 디테일을 요구하는 드로잉이라면 위의 연필들은 잘 뭉개지고 연필심이 단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때에는 2B에서 HB 정도가 더 효과적이다.

연필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무궁무진한 표현이 가능한 재료다. 약해 보여도 지우개로 지우지만 않는다면 습도나 자외선 심지어는 대부분의 화학물질에도 놀라울 정도의 내구성을 보이기 때문에 가장 많이 쓰인다. 미술용 연필은 딱히 특정 번호에 한정되어있기 보다는 자신이 그리는 데 있어서 편리하고 표현에 잘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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