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계사회가 주는 축복
김기태·지질학 박사
그런데 진짜 모계사회라 정의할 수 있는 사회는 유사 시대에서는 발견된 기록이 없다 한다. 5000년 이전, 혹 몇 만년 이전에 아마도 인류 초창기 쯤에 있지 않았을까 추정할 뿐이다. 남자의 강력한 힘이 여자의 돋아나는 새싹을 숨쉴 기회도 주지않고 짓밟아 버리지 않았나 싶다.
그러고 보니 여성의 정치적 평등권은 불과 100년 전부터 각국별로 단계적으로 이뤄져 왔다. 그렇게 진행된 여성의 권리가 지금은 그 정점에 달하고 있는 듯싶다. 여권이 대단한 신장을 이룬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남성을 능가하는 힘을 보여주고있다. 남성의 힘 대신에 여성들은 아름다움과 사랑으로, 그리고 지성으로 남성을 이길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이솝 우화의 '바람과 태양의 싸움'에서 보듯, 태양의 온기는 차가운 바람의 폭력을 이기듯이 여성의 따뜻한 사랑이 남성의 힘을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또 여성이 피임을 할 수 있게 되어 이전과는 다른 성적 자유를 향유할 수 있게 된 것도 여권 신장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행인지 불행인지 모르나 남녀평등권이나 여성의 성적 개방은 이혼율을 급속하게 높이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이혼에 따라 자녀들은 엄마 슬하에서 자라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엄마 밑에서 자라난 자녀들에겐 엄마의 지도력은 자연스럽게 몸에 밴다. 엄마의 명령을 받는 것에도 익숙해진다. 이런 사회적인 변화도 모계사회 형성의 씨앗이 되고 있다.
남성은 자기 아내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하지만 다른 이성을 겨냥하는 성적 욕구를 본능적으로 갖고 있다. 이런 성적 욕구가 발현되느냐 아니냐가 다를 뿐이다.
동물들, 특히 흔히 볼 수 있는 개나 물개들의 짝짓기를 보라. 남성이 어떤 족속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물개 숫놈은 좋은 자리를(죽음을 무릅쓰고 피를 흘리며 싸워)미리 확보하고 때를 기다려 수백마리의 암컷이 쉬어갈 때 독식한다. 남성의 이런 강한 성적 욕구는 종족 번식을 위한 본능이다.
사회 저명 인사들이 섹스 스캔들로 많은 시련을 겪음을 흔히 본다. 권력을 가진 정치인, 재력을 거머쥔 거부, 연예계나 스포츠계의 유명 인사들에게는 무수한 유혹과 함정이 있다. 순간적인 실수로 큰 곤욕을 당하게 된다. 물론 그들의 개인적인 비행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다른 남자들은 그들이 저지른 실수를 하지말라는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폭력보다 사랑이 더 중요하고 더 요구되는 사회가 다가 오고 있다. 여성이 사회를 지배하고 리드하는 때가 가까이 온 것이다. 모계사회에서는 어미의 성씨가 자손들의 성이 되고, 아비의 성씨는 자손들의 미들 네임이 될 것이다. 자연히 모계사회 각가정에는 미들 네임이 다른 형제 자매가 함께 살게 될 것이다.
여왕개미는 졸개들을 거느리고 통솔하며 가정을 위하여 월동 준비를 하는 동안, 아비 메뚜기는 추운 겨울이 다가옴도 느끼지 못한 채 기타 치고 노래 부르며 연인을 찾아 껑충껑충 뛰어 다니는 것은 아닐까.
세상은 힘보다 사랑으로, 폭력보다 대화로, 전쟁을 덜 하고 평화로운 세계로 나아갈 것이다. 그것이 모계사회가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축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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