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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칼럼] 'Happyness'의 행복지수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초겨울 아침. 크리스 가드너는 어린 아들의 손목을 꼬옥 잡고는 총총 걸음을 걷는다. 그가 향한 곳은 차이나타운. 값싼 데이케어센터에 아이를 맡기기 위해서다. 문득 그의 시선이 어린이집 바깥벽에 멈춘다. 철자가 틀린 단어가 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이다.

청소를 하고 있던 중국인에게 'Happyness'가 아니라 'Happiness'라고 일러준다. y를 i로 고쳐써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해보지만 중국인은 알아듣지 못할 말만 되풀이 할 뿐이다. "세상에 '행복'이란 글자를 틀리게 쓰다니…."

지난 2006년 말 개봉된 영화 '행복의 추구(The Pursuit of Happyness)'는 이처럼 'y'에 방점이 찍혀 있다. 행복은 부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배움이 적고 삶이 고단한 뒷골목 인생들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기 위해 제목을 일부러 틀리게 쓴 게 아닌가 싶다.

홈리스에서 월스트릿의 억만장자가 되기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가드너의 실제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았다. 가드너 역을 맡은 윌 스미스가 이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후보에 오를 만큼 감동의 휴먼 드라마다.

영화는 토머스 제퍼슨이 기초한 독립선언문 전문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시작된다. "생명과 자유 그리고 '행복의 추구'는 창조주가 인간에 부여한 빼앗을 수 없는 권리다."

가드너는 의료기기판매로 대박을 꿈꾼다. 얼마 안 되는 전재산을 투자해 보지만 잔뜩 들여놓은 기계는 애물단지일 뿐이다. 그러자 주식중개인이 되겠다며 돈 한 푼 못받는 인턴을 지원한다. 참다못해 결별을 통보하는 아내. 집세가 밀린 그는 결국 노숙자 신세가 된다. 교회가 운영하는 홈리스 쉼터에서 아들을 재워놓고는 책을 읽었다. 하루를 버티기도 힘들었으나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들과 함께 살아갈 행복을 위해.

인턴 마지막 날 회사 사장이 그를 불렀다. "크리스 내일도 정상 출근하게." 정규직 사원이 된 그의 눈에 물기가 스쳤다. 아들을 품에 안으며 한참이나 뺨을 비벼댔다. "얘야 누구도 너 한테 '넌 해낼 수 없어'라는 말을 못하게 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이후 가드너는 미국 굴지의 증권회사 '베어 스턴스'를 거쳐 자신의 이름을 딴 투자회사를 설립 수억 달러의 자산가로 자수성가했다.

며칠 전 유엔이 발표한 '2013 세계행복보고서'에서 최강국 미국이 17위에 랭크돼 눈길을 끈다. 상위권은 소득의 절반 가량을 세금으로 낸다는 북유럽 국가들이 휩쓸다시피 했다. 정부가 돈을 그렇게 거둬가는데도 행복하다니 믿기지 않는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가 철저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흥미있는 나라는 멕시코. 16위에 올라 미국보다 한 계단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체자를 양산하는 나라 때로는 '멕짱'이라 불리며 괄시를 받는 사람들이 정작 우리 보다 훨씬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한국은 41위로 멕시코에 한참 뒤처진다.

가드너는 훗날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돈이나 명성 때문에 행복한 게 아닙니다. 난 지금 건강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 아이를 지켜냈다는 데 대해 행복감을 느낍니다."

나는 얼마나 행복할까. 'Happyness'일까 아니면 "Happiness'일까.

박용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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