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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덴마크 국회의사당의 반신〈半身> 조각상

김택규 국제평화포럼 편집위원

덴마크 코펜하겐의 국회의사당 건물 뒤편에는 아주 작은 주차장이 있다. 일국의 국회 주차장이 그렇게 작다는 것이 이상해 보였다. 그러나 주차에 불편이 전혀 없다. 덴마크의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차장은 자전거들로 가득차 있다. 바로 이 자전거들이 국회의원들의 승용차인 셈이다.

왜 국회의원들이 자전거로 출퇴근할까. 덴마크가 가난한 나라여서 의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일까? 아니다. 덴마크의 국민소득은 5만8000여달러다.

그렇다면 2만 달러 수준인 한국의 국회 주차장에 가보면 어떤 현상을 볼 수 있을까. 번쩍거리는 검은색 최고급 승용차들이 즐비하게 서있다. 모두 국민세금으로 지불된 차들이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에게는 일반 서민들은 꿈에도 생각지 못할 특권과 특혜 200여 가지가 주어진다. 그 중에는 항공기, KTX 기차, 선박 등의 1등석을 모두 전액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특혜도 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정치는 후진성을 못 면하고 있다. 왜 그럴까? 바로 정치의 본산인 국회의 의원들이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 각분야에서 이제는 권위주의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국회에서만은 여전히 의원들이 군림하는 자세로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 시행된 국정감사장에서의 국회의원들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큰소리치고, 야단치고, 호통치면서 특권층 행세를 하고 있다.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면서 정작 자신들에게서는 '민주주의적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민주화가 제일 안 된 곳이 있다면 아마도 국회일 것 같다.

한국의 한 기자가 스웨덴 스톡홀름 거리에서 국회의원의 특혜에 대해 시민들과 인터뷰 한 것을 유튜브에서 보았다. 마츠 알렌이란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국회의원들은 평범한 보통사람들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권리도 서민들과 똑같아야 한다."

덴마크의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이 되면 대체로 개인차를 안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왜 그렇게 할까? 국회의원은 주민을 대표하기 때문에 특권층이 아니라, 서민들과 같은 보통수준의 생활방식을 가져야 한다는 '공복(公僕)' 윤리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의원들도 한국의 의원과 같은 특혜는 누리지 못한다. 연방의원이 지켜야 할 윤리규정이 법규로 까다롭게 명시돼 있다. 예를 들면 선물도 연간 총액 100달러 한도 내에서만 받을 수 있다. 돈다발 같은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덴마크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가는 정문 현관 위쪽에 이상한 모습의 돌출된 네 사람 반신(半身) 조각상이 있다. 이가 아파 찡그리고, 귀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파 고통스러워하는, 그런 네 사람의 표정을 새긴 조각이다.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국민들의 고통을 나타낸 것이다. 국가 지도자는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 알고, 그 아픔에 동참해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선정을 베풀라는 뜻이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한번쯤 동상을 견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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