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사랑, 유대인과 한국인의 차이점
[김창준 칼럼] 전 연방 하원의원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 내 유대인 1세들은 점점 쇠퇴하고 2세, 3세들도 다른 인종들과 결혼해 갈수록 이스라엘 본토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미국 내 많은 유대 회당이 문을 닫는 현상도 제법 오래됐다. 하지만 이스라엘 본토에 거주하는 유대인들과 전세계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의 관계는 아직도 세계 어느 민족보다 돈독한 가운데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어떤가?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우리 미국 동포들은 한국에서 수입한 가발로 곳곳에 가발공장을 열고, 그 결과 가발가게라면 한인 동포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 다음은 내복, 양말 등을 집중적으로 한국에서 들여왔다. 그렇게 해서 벌어들인 수입의 상당 부분을 가난한 조국에 두고 온 가족들에게 송금했다. 재일 동포들도 마찬가지였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북한으로 건너간 친척들에게 꼬박꼬박 송금했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경제대국으로 성장해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한 때 미국 내 동포 1세들로부터 지원을 받았던 한인들이 한국을 방문한 동포들을 ‘미국에서 온 거지들’이라고 흉을 본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국민이 아무리 잘 살아도 외국에서 온 유대인들을 깍듯이 대하며 극진한 대접을 한다고 들었다. 물론 미국에서 성공했다는 동포들 주위엔 사람들이 들끓지만 그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돈 때문이고, 평범한 동포들은 한결같이 다시는 고국 방문을 안 하겠다고들 한다. 이 때문에 고국에 뼈를 묻고 싶다는 동포들의 수도 줄어 들고 있다.
한국 정부는 매년 세계한인회 회장 대회나 한상대회를 통해 전세계에 흩어져 사는 동포들을 초청해 관광 일정 등을 주선하지만 유대인들 같이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같은 민족의 사랑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들도 미국에 오면 우선 백인들을 상대하지 한인 동포들에겐 싸늘하다. 아직도 백인우월주위에 파묻혀 있는지 비용을 비싸게 지불하면서도 백인 회사들을 쓰지 동포 회사는 피한다. 동포가 대표로 있는 회사들도 한국에서 온 기업인들과 만날 때 백인이 전혀 안 보이면 실망하기 때문에 미팅 때는 반드시 백인 직원을 참석시킨다는 말까지 돈다.
이번에 한국 정부와 함께 일하면서 미국에서 일찌감치 성공해 자리잡은 동포기업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 정부랑 일을 하려 할 때 법 조항이 까다로와서 힘이 들고, 또 담당 실무 공무원들도 너무 권위적이라 마치 동포라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같이 일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게다가 한국의 중소기업들도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정말인지 분별하기 힘들어 같은 한국인들인데도 함께 사업하기가 무척 어렵다고들 했다. 한마디로 모든 게 다 불신 때문이다.
체계 잡힌 미국사회에서 밤낮으로 노력해서 자리잡은 이들 동포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한국에선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며 요즘 한국에는 진정한 애국자가 안 보인다고들 한다. 게다가 애국가를 부정하는 국회의원들이 성스러운 국회에서 버젓이 활동하며 아직도 국고를 축내고 있다는 보도에 모두가 경악했다.
하지만 일부 한인 동포들도 마찬가지다. 사업에 성공했다는 몇몇 사람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라도 되려고 온갖 허튼짓을 한다. 미국을 잘 모르는 한국인들에게 자기는 미국의 누구를 알고 누구와도 막역한 사이라면서 스스로를 추켜세우다가 나중에 거짓으로 드러나 웃음거리가 되는 사례도 있었다.
우리 한국인들도 유대인들처럼 같은 피를 나눈 민족끼리 서로를 신뢰하고 사랑하며 공생공존할 때가 오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도 유대인들 같이 한 민족으로 통합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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