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식 여행칼럼 '미국은 넓다'] 케이프 코드 국립해안공원
그림에도 담기 힘든 아름다운 섬
60마일이나 되는 구부정한 반도 섬으로 흡사 독침으로 잘 알려진 전갈 꼬리 같기도 하고 남정네들이 알통자랑이라도 할라치면 팔뚝에 잔뜩 힘을 주면서 들어올린 모양과 꽤나 비슷해 보이는 지형이다.
반도 입구인 6번 프리웨이로 들어서서 케이프 코드 베이를 마치 복 주머니를 감싸고 돌듯 타원형으로 끝까지 들어가면 프로빈스타운(ProvinceTown)이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길이나 다름없는데 이곳이 바로 1620년 영국에서 온 청교도가 처음으로 상륙하였던 곳이다.
그 후 영국의 해군 기지가 되기도 했고 대구가 많이 잡혀 포경기지로 포르트갈 어부들이 많이 이주하여 어업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대구가 많다 하여 지명도 코드(Cod)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을 줄로 안다.
6번 프리웨이로 들어오다 6A와 만나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야트막한 모래 둔덕을 넘어 해변으로 나가보면 망망대해 대서양에서 밀려오는 조용한 파도는 말 없는 행인의 발고락을 적시며 하얀 포말만 만들어 낸다.
노랑 머리 어린 두 자매가 모래밭에 지렁이 기어가는 글씨로 무언가 재잘거리며 쓰는데 도무지 알아먹질 못하겠다. 케이프 코드의 해변은 모래의 감촉도 유달리 좋지만 특히 일몰 전의 모습은 미국 어느 바닷가에서도 볼 수 없는 찬란한 석양의 진 면목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보는 이 들로 하여금 감탄사와 박수가 절로 나오 게 만드는 곳이다.
글자 그대로 화필로는 알맞게 표현할 길이 없다는 '서부진 화부득(書不盡 畵不得)'이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곳이다. 그래서 인지 이곳에는 시인이나 작사·작곡 등 연예계통의 예술인들이 많이 살기로도 또한 유명한 곳이다.
케이프 코드는 절경으로 손 꼽히는 프로빈스타운을 비롯해 15개의 크고 작은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28번 선상에 있는 채텀(Chatham)이라는 조그마한 항구 도시는 케이프 코드내에서 도시 경관이 제일 아름답기로도 유명하지만 특히 생선 요리로 이름이 나 있는 곳이다. 가재와 랍스타 새우 등 생선요리가 일품으로 식당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채텀에서 28번 서쪽으로 20마일 정도 가면 케네디 대통령이 휴가시에 가장 선호했다는 한니스(Hyannis) 포트와 비치가 나오는데 이곳에는 케네디를 추모하는 공원도 함께 있어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부호들의 휴양지 중에 이곳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밴더필드 가문의 별장 더 브레이커스(the Breakers)는 28번 남쪽에 있는 체이스 애비뉴(chase Ave)에 위치해 있는데 70개의 방과 300개의 창문 수만 봐도 당시 이들의 부를 어느 정도 가늠케 한다.
특히 이곳에서는 5월부터 10월까지 고래 관광 유람선이 매일 정오쯤에 출항한다. 이곳에는 예술인들도 많이 살지만 특히 동성애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매사추세스 주에서 가장 먼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지역이 바로 이곳이다. 이곳에 사는 동성애자들의 특징이라면 오색 무지개 빛깔의 깃발을 집집마다 걸어놓는데 이는 동성애자가 산다는 문패이며 또한 이들을 후대하겠다는 표시란다.
동성애자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깃발이 있는데 왜 미주에 사는 우리 한인 동포들은 독자적으로 동포들을 표시하는 깃발 하나가 없는가. 예를 들면 미국 성조기 50개의 별 옆에 한반도 지도를 그려 넣어서 본국에 참가하는 체육대회라던지 미주에서 하는 모든 행사에 우리도 떳떳하게 들고 나갈 표시물 하나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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