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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함께 퇴근해야지” - 강윤구

목사

어느 회사에서 “일을 모두 마치고 함께 퇴근하자”라는 말이 들리는가 싶더니, 모든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고도 즐겁게 모여서 ‘인증샷’을 찍었다. 그러고는 ‘내일 만나자!’라는 소망과 믿음의 말을 남기고 퇴근을 서둘렀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더운 열기에 채 식지않은 듯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고, 하루를 무사히 마감하는 뿌듯한 웃음도 볼 수 있었다.

사람은 약속과 약속에 대한 소망과 믿음으로 사는가 보다. 왜 그 직원들이 하루의 일을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여서 사진을 찍고 사이 좋게 퇴근을 했을까. 나만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출장간 업주가 직원들을 통제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었던 것이다. 바로 ‘인증샷’이다.

밥줄이 달려 있어서 어쩔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특별한 광경이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리고 현장에도 없었던 업주의 지시와 약속을 그렇게도 분명하게 지키는 것이었다. 그것도 기뻐하면서…. 하루의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터이나, 업주와의 약속을 지키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그렇게 약속을 믿고 지키는 것은 물론 자신들이 얻게될 일의 댓가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마땅한 일이다.

기독신앙인으로써,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신 약속을 믿는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직원과 업주의 약속보다 더 강력하고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시 오심’의 약속에 대한 믿음이 과연 있느냐는 것이다. ‘내가 믿음을 보겠느냐’고 일갈하신 예수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약속에 신실하기 위해서는 약속을 믿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믿음은 현재의 삶의 방식을 결정한다. 이것이 신학적으로는 종말론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약속이라고, 미래에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 ‘약속’이 현재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결국 어느날 그 약속이 현실이 되었을 경우 준비되지 못한 모습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경험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고 피할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생명보험은 들지만 실제 그 날은 준비하지 않는다. 그래서 당혹감은 더 크다.

약속은 그 완성이 미래에 이루어질 것이지만, 현재 그 약속을 믿고 그 약속대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종말’도 진정으로 미래에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 종말의 약속은 지금 우리의 삶에서 실현되고 있다.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임했다는 예수의 선포처럼…. 그러므로 약속의 성취는 현재적이고 미래적이다. 그리고 그 현재적 완성 가운데서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기대를 볼 수 있다.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어리석은 처녀들, 밤새 불을 밝히고 주인의 돌아옴을 기다리던 신실한 종,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며 일을 부탁한 주인의 이야기 등등….

이렇게 성경은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 하나님의 기대로 가득하다. 더 나아가 신이 인간이 되었고 그 신의 마음을 인간에게 드러내 보였다. 그 신이 된 예수는 그 하나님의 마음을 우리에게 보여주었고, 인간으로서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삶을 사셨다. 우리 인간이 가야할 길을 보이셨다.

이제 그 삶은 우리에게 위임되었다. 청지기로서의 새로운 피조물로 그 기대를 이루기 위해 ‘약속’ 위에 믿음으로 굳게 서서, 이 땅에 사람으로써 발을 디디고 서서 오늘의 ‘약속’을 이루는 삶이 필요하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 약속에 따라 일하고 그리고 함께 ‘약속’ 가운데 기쁨으로 퇴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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