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컬처 & 라이프] 아름다운 여전사, 마야 안젤루

유이나/문화전문기자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 중 한 명이었던 시인 마야 안젤루(Maya Angelou:1928~2014)가 세상을 떴다. 최근 건강이 부쩍 나빠지면서 노스캐롤라이나의 윈스턴.살렘 거주지에서 누워 지내던 중 28일 오전 8시쯤 간호사에 의해 발견된 그는 평안한 모습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고 한다.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취임식에서 자작시 '아침의 고동(On the Pulse of the Morning)'을 낭송하면서 여류 시인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지만 그는 사실 시인으로보다 인종과 성 차별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고 삶의 가치를 부여해 온 멘토이자 사회 활동가로 더욱 유명했다.

그의 유일한 아들인 가이 존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어머니는 평등과 관용, 평화를 위해 싸워 온 전사였다"고 회고하며 "힘겹게 소명을 끝내고 떠나신 어머니는 지금쯤 하늘에서 사랑의 시선으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계실 것"이라고 추모의 글을 남겼다.

그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면서 클린턴은 물론 2011년 그에게 미국 시민 최고의 영예상인 '자유의 메달'을 안겼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 그를 멘토로 떠받들어 온 오프라 윈프리 등 각계 각층의 명사들이 추모 글을 통해 이 여류 시인의 세상 떠남을 슬퍼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의 여동생은 그의 이름을 따 마야라고 이름지었을 정도로 우리에게 그는 영웅이었다'고 개인적 애도의 감정을 표했으며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미국이 국보를 잃었다"고 슬퍼했다.

이처럼 미국인들이 한결같이 마야 안젤루의 타계를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는 것은 작가와 사회 운동가로 쌓아온 업적보다 아들의 애도처럼 '자유와 평등을 위해 취해왔던 용기있는 싸움' 때문일 것이다.

특별히 마야 안젤루는 명성을 얻은 후 평등과 평화를 위한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다. 그리고 사회의 악을 척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는 어떤 과거의 창피함도 모두 털어놓는 용기를 보여줬다.

당시 대부분 흑인가정처럼 그도 찢어지게 가난하게 태어나 3세 때 부모가 이혼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심한 아픔은 7세 때 엄마의 남자친구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면서 시작됐다.

겁에 질린 어린 소녀는 이 사실을 오빠에게 말했고 결국 가족들에게 전해지면서 그를 겁탈했던 엄마의 남자 친구는 출소 후 4일만에 죽음을 당하게 된다. 그를 죽인 사람은 아마도 분노했던 안젤루의 삼촌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마야 안젤루는 5년동안 말을 잃고 살았다. 자서전에 의하면 그는 겁탈에 대한 충격보다 '자신이 말을 함으로써 한 사람이 죽게 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입을 열지 않았었다고 고백한다.

말을 잃은 채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오며 방안에서 책만 읽고 지냈던 그는 다행히도 훌륭한 선생을 만나 문학에 눈을 뜨게 되었고 결국 문학을 통해 자의식을 찾게 되었다.

실제로는 어떤 학위도 딴 적이 없지만 30개 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젊은 시절 한때 클럽에서 댄서로 일하기도 했고 요리사로 또한 윤락녀를 소개하는 매니저로도 일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얼룩진 과거는 평화와 평등을 위해 뜨겁게 살아온 용기로 인해 흉이 아닌 명예가 됐다.

이제 이 아름다운 여전사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기고 간 많은 작품과 메시지는 아직 우리 앞에 있다. 왜 클린턴과 오바마, 윈프리가 그렇게 그를 뜨겁게 사랑했는지 그의 책은 전해줄 것이다.

아직도 차별과 불평등이 가득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가르쳐 주고 떠난 그에게 다시한번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