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목회칼럼]최근 제기된 출애굽 경로의 문제
교단 총회 기간 중 최근 제기된 출애굽 경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 선교사님이 '떨기나무'의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을 거의 확신하고 기존 출애굽 경로가 안 맞다 하자 여기저기서 이의가 나와 어지러워졌다. 마침 "식사준비 됐으니 기도해 주세요!"는 말로 일단락됐다.기존 출애굽 경로 외에 이미 다른 경로들이 제기되었으나 유독 이번처럼 대립과 분열을 일으킨 적은 드물었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이유는 저자가 남이 갈 수 없는 현장에 특별한 신분으로 방문해 소위 증거들을 사진으로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저자가 성경의 근거를 제시하며 주장하고 있다. 특히 갈라디아서 4:25절에 "하갈은 아라비아에 있는 시내산이니"라는 구절이다. 이를 근거로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라오즈산이 시내산이다'는 가정을 확실시하고 있다. 세 번째는 시내반도 동쪽 누웨이바 해안에서 홍해를 건넌 것이기 때문에 기존 경로로는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이 불가능하며 거기서 발견된 유물들이 증거라고 하기 때문이다.
차례대로 상고해보자. 첫째 저자가 제시한 물이 흘렀던 흔적이 있는 바위에 대하여 어쩌면 딱 들어맞을 수 있느냐 하는 말을 한다. 바위가 터져 물이 나온 사건은 성경에 두 번 있다(출 17:6 민 20:11). 그 장소가 같은 곳이 아니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두 곳을 다 제시하지 못했다. 그가 제시한 사우디아라비아 라오즈산 근처 쪼개진 바위와 물이 흐른 흔적은 두 번째 광야생활 말기의 것일 가능성이 있을지언정 기존 경로가 틀린다고 하는 반증자료는 될 수 없다.
둘째 저자는 갈라디아서 4:25절 말씀대로 시내산이 시내반도에 있지 않고 아라비아에 있다고 굳게 믿고 미디안 땅에 있는 지명들에 경로를 짜맞추고 있다. 우선 저자는 시나이 반도가 1967년 이스라엘 점령 전까지 외부 침략이나 점령을 한 번도 당한 적이 없는 애굽의 땅이었다고 주장한다(p. 398).
그래서 출애굽 이스라엘이 다시 애굽의 영토인 시내산에 돌아가 11개월을 지냈다는 것이 이치상 틀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출애굽은 애굽의 신왕조시대(1546~1085 BC)에 발생했다.
모세가 미디안 땅에서 40년을 도피 생활하여 그 흔적이 오늘날 사우디아라비아 북부에 남아있는 것은 극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고작 11개월 머물며 지나간 시내산 지역에 그 흔적이 안 보인다고 해서 기존의 경로를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하기에는 논지가 약하다.
세 번째 기존 경로는 홍해 기적 사건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건넌 홍해는 출애굽기 13장~15장에 기록되어 있다. "홍해 광야길"(출 13:18) "홍해에 잠겼고"(출 15:4) 등에서 "홍해"는 히브리어로 '얌숲'으로 갈대바다(Sea of Reed)라는 뜻이다.
그런데 저자는 애굽인들이 영혼이 내세로 들어갈 때 갈대바다를 건넌다고 한다는 것과 모세의 애굽 배경을 가지고 백성들이 홍해를 건넌 것을 갈대바다를 건넌 것으로 표현했을 것이라는 무모한 말을 하였다(p. 118).
그러나 홍해 광야길을 걸어 마침내 홍해 갈대바다를 건넌 사람들은 이스라엘 백성이었고 홍해에 잠긴 자들은 건넌 것이 아니라 바로의 병거들과 그의 군대였다.
또한 갈릴리 사해 모두 거대한 호수이지만 바다라고 불린다. 'Reed Sea' 지역에는 많은 호수들이 있다. 지도를 보아도 결코 작은 호수들이 아니다. 비록 저자가 시내반도 동편 누웨이바 해저에서 론 와트팀이 발견한 병거들의 바퀴와 말발굽 등 유물들을 내놓고 있지만 그것은 반드시 학적으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검증이 안된 유물들을 결정적 증거처럼 소개하며 기존 경로를 일거에 거짓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저자의 출애굽 경로를 찾아 어떤 심증 아래 성경에 접근하는 것은 좋으나 성경을 잘못 해석하는 부분이 있으니 재고할 필요가 있다.
김선만
하트포드제일장로교회 담임목사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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