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물은 먹나 마시나?
요즘 물을 먹는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우리 말에 먹는다는 것은 음식물을 입에 놓고 이로 씹어서 삼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물을 먹는다'고 하면 '물을 씹어서 삼킨다'는 것인데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우리는 언제부터 어떠한 연유로 '물을 먹는다' '술을 먹는다'라는 말을 쓰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이것을 외국어로 말해보면 말이 안되고 우습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진다. 영어로 '이트 워터(eat water)' 혹은 일본어로 '미즈오 다베루(水を 食べる)'라는 표현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요즘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부쩍 많아졌다. 이들이 '물을 먹는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인들은 물도 씹어먹는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한국 사람이라면 한국말을 바르게 써야할 의무가 있다. '물을 먹는다' '술을 먹는다'는 말은 써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승민·LA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먹다' '마시다' '삼키다' '들이키다' 등 다양하게 표현한다. 이중 '마시다' '들이키다'는 액체만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다. '먹다'는 이들의 상위어로 고체, 액체, 기체 다 쓸 수 있다. 의미상 상위어는 하위어를 대체해서 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영어나 일본어는 이를 혼용하면 이상해지지만 우리말에선 '먹다'로 다 통용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정확한 언어생활을 위해서라면 위 독자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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