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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코엔 형제가 보여주는 희비극 음악영화

- 인사이드 르윈(Inside Llewyn Davis)을 보고 -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 조엘 & 에단 코엔 형제가 3년 만에 내놓은 그들의 첫 음악영화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초반 미국에서 유행했던 비트 세대에 대한 관심으로 이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1962년 밥 딜런의 데뷔로 포크 음악이 주류음악으로 자리를 잡게 되는데, 영화는 그 한 해 전인 1961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 포크 가수의 일 주일 간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 밥 딜런에게도 영향을 끼쳤다는 데이브 밴 롱크의 미완성 자서전을 원작으로 했다지만 거의 코엔 형제의 오리지널 각본에 가까을 정도로 고쳐 썼다 한다.

르윈 데이비스 (오스카 아이작 분)는 듀엣으로 조금 알려진 포크 가수인데, 파트너의 갑작스런 자살 이후 솔로 앨범을 발표하지만 거의 반응을 얻지 못 한다. 소속사의 지원도 전무한 가운데 수입 없이 아는 사람들 집을 전전하며 숙박을 겨우 해결하는 신세다. 그런데 이 인간이 그닥 동정심을 유발하지 못 한다. 신세를 지고도 별로 고마워하는 것 같지 않고, 친구 짐 (저스틴 팀버레이크 분)의 동거녀 진 (캐리 멀리건 분)을 임신시켜 놓곤 낙태나 시키려 하고, 아버지와 누나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면 남 보듯, 아니면 차라리 웬수 대하듯 하고…

이러다보니 닥치는 일들도 계속 꼬이고 만다. 잠을 재워준 골페인 교수 네 고양이를 실수로 잃어버리고, 친구 짐의 세션을 맡아 취입한 곡이 히트 조짐을 보이는데 세션비를 이미 일시금으로 받아썼기에 저작권은 사라진 상태고, 작심하고 히치하이킹 하여 멀리 시카고까지 유명 프로듀서를 찾아가지만 솔로 가수로는 적당치 않다는 혹평에 하릴없이 돌아서야만 했고, 지긋지긋한 음악생활을 집어치우고 선원생활로 돌아가려 했지만 누나가 선원증을 버린 탓에 벌금만 뜯기곤 그 뜻마저 이루지 못 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이 답답해 할 정도로 되는 일이 없다. 그렇다고 르윈 본인이 역경을 뚫고 음악적으로 성공해 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르윈 뿐 아니라 주위의 동료 포크 가수들또한 크게 나아 보이질 않는다.

이게 다라면 코엔 형제의 영화가 아니다. 이토록 암울한 현실을 묘사하지만 적재적소에 사용되는 음악들이 상당히 좋다. 각 곡의 가사가 영화의 내용과 조응한다. 특이하게도 전곡을 다 라이브로 들려준다. 오스카 아이작은 연기자지만 노래 실력이 뛰어나다. 영화 내내 찌질한 모습을 보이지만 노래할 때만큼은 다르다.

더욱 코엔 형제의 작품다운 점은 곳곳에서 작렬하는 위트와 유머다. 무대 위에서 청순한 모습으로 남성 팬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진이 르윈에게 퍼붓는 욕의 향연은 대단하다. 오랜 만에 찾아가 반송장이 다된 아버지에게 그가 좋아하던 노래를 들려주자 미소를 띄워 감격하려는 순간, 노래에 감동해서가 아니라 앉은 채로 배설한 쾌감에 지은 미소였음을 발견한다. 그 추운 시카고까지 외투도 없이 다녀오는 등, 고단하고 힘겨운 일 주일을 보내고 골페인 교수 집엘 갔더니 사라졌던 고양이가 돌아와 있는데, 그 고양이 이름이 ‘율리시즈’란다. (천신만고를 겪고 고향으로 돌아온 그리스 신화의 ‘오딧세우스’를 로마식으로 표기한 이름이 ‘율리시즈’다.) 관객을 빵 터지게 할 만큼 유머스런 설정이지만 현실은 눈물겹다. 이 영화의 주제가 여기에 닿아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뉴욕 곳곳을 헤맨 끝에 집을 찾아온 고양이의 고생, 희망도 없이 그저 살아가는 르윈과 그 주변들.
영화 말미에 르윈이 막 내려온 무대로 밥 딜런이란 알려지지 않은 젊은 청년이 올라가 ‘Farewell’이란 곡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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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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