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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온경의 책세상] '엉뚱한' 비둘기들이 책읽기 '자신감' 키워 준다

송온경 / 도서미디어 교사

요즘 5~6세 아이들에게 제일 인기가 있는 작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단연 모 윌렘스라고 말할 수 있다.

2003년 '비둘기에게 버스운전을 맡기지 마세요'라는 엉뚱한 제목의 픽쳐북으로 칼데콧 우수상을 수상한 윌렘스는 그 후에도 계속해서 취침시간에 잠을 자지 않으려는 비둘기 핫도그를 먹고 싶어하는 비둘기 애완견을 가지고 싶어하는 비둘기 등 상식을 초월한 소재의 책들을 선보였고 나오는 책들마다 '대박'이었다.

그의 첫 비둘기책이 나온 지 11년이 지났건만 필자의 학교도서관에서는 여전히 이 비둘기 시리즈의 책들이 서가에 꽂히기가 무섭게 유치원에서 1학년 학생들이 빌려간다.

또 크너플 버니(Knuffle Bunny: A Cautionary Tale) 역시 후편이 나올 때마다 히트작이 된다. 첫 번째 책의 내용은 아직 말을 잘 못하지만 막 걷기 시작한 한 살배기 트릭시가 토끼인형을 안고 아빠와 함께 동네 빨래방에 빨래하러 간다.

아빠의 도움으로 자동빨래기에 동전을 집어넣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애지중지하는 토끼인형이 보이지 않자 그야말로 공황상태에 빠진다. 징징 울다 못해 축 늘어지는 트릭시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빠가 엄마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화난 표정의 엄마가 뭐라고 말한다.

오던 길을 되짚어 급한 걸음으로 빨래방으로 되돌아간 아빠가 자동빨래기 속에서 허겁지겁 젖은 빨래들을 다 꺼내고 빨래기 속에서 젖은 토끼인형을 찾아낸다. 행복에 겨운 트릭시가 토끼인형을 끌어안고 외친 한 마디가 "크너플 버니!"였다.

트릭시가 잃어버렸던 크너플 버니를 찾아 품에 안고 의기양양하게 집에 돌아온다는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가지고 만들어진 이 픽쳐북에 나오는 트릭시는 잠을 잘 때 엄마 아빠와 떨어져 있을 때 집을 떠날 때 안도감을 갖기 위해 동물인형을 꼭 안고 있는 미국 어린이들을 대변함으로써 그들의 공감을 샀다.

또 글을 깨치기 시작한 아이들은 현실에서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듀오 '코끼리와 새끼돼지(Elephant and Piggie)' 시리즈에 열광한다.

별 내용은 없지만 이 책들은 아직 책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그림을 보고 짐작하여 읽을 수 있도록 몇 가지 간단한 단어들이 반복해 나옴으로써 이제 막 말을 배우려는 어린 독자들에게 책을 읽는다는 자신감을 준다. 친구를 새로 사귀기 시작하는 이 나이의 아이들에게 코끼리와 돼지라는 전혀 다른 두 친구들의 이야기가 어필한다.

올해 출간된 '비둘기는 목욕해야 돼'는 표지의 색깔부터 다르다. 그동안의 비둘기 시리즈에서는 블루 계통의 색깔이 표지에 쓰였는데 이번에 나온 책은 브라운 계통이다. 게다가 평소 하늘색이던 비둘기의 몸에 더러움이 많이 탄 것이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이번의 책에서는 왜 자기가 목욕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 조목조목 이유를 대는 비둘기가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잔뜩 때가 묻은 모습의 비둘기가 '깨끗하고 더러운 것은 그저 '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둥 '자기 생각에는 자기가 깨끗한 것 같다'고 능청을 떨다가 '인생은 짧은데 왜 목욕 같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시간을 낭비하냐'고 하다가 '자기 몸의 냄새는 비둘기에게서 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냄새'라고 얼버무린다.

한술 더 떠서 어떤 나라에서는 목욕하는 것이 실례가 되는 행위라는 인류학적인 입장도 내놓는 비둘기. 어른들에게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어른과 아이들 모두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선사하는 작가 특유의 재치와 위트가 넘친다.

여러 가지 이유를 대던 비둘기가 자꾸만 여러 사람이 목욕을 하라고 종용하자 정 그렇다면 목욕하겠다며 드디어 욕조 앞에 다가간다. 그러나 물이 뜨겁네 너무 차네 너무 깊네 너무 얕으네 너무 미지근하네 하며 시간을 끌다가 드디어 물 속에 첨벙하고 들어간다.

일단 물 속에 들어가자 노래하며 수영하며 비누거품으로 장난하며 오리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비둘기가 10시간 동안 물 속에서 논 후에 이제는 욕조에서 영원히 살아도 되냐고 애원하는 모습으로 이 책은 끝난다. 특히 이 책은 목욕을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어린 아이들 중에는 평소에 정해진 시간에 목욕을 하는 습관이 들어있어 목욕하기를 좋아하는 어린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목욕할 때만 되면 갖은 핑계를 대어서 목욕을 하지 않으려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는 목욕하는 것에 타협의 여지를 두지 말고 목욕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고 정해진 시간에 목욕을 하도록 하고 욕조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들을 놓아주고 목욕하는 것이 즐거운 활동임을 경험하게 해 주어야 한다.

모 윌렘스의 책들이 아이들에게 환영을 받는 이유는 작가가 채널 13의 세서미스트릿의 대본을 쓰면서 갈고 닦은 참신함과 순발력이 작가 자신이 가진 특유한 유머 감각과 함께 어우러져 요즘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과 요구를 심플한 그림과 버블 속의 대사로 순수하게 잘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크너플 버니'에서는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된 브루클린에 있는 학교 아파트 건물 공원 및 랜드마크들의 실제 사진들이 작가가 직접 그린 만화 스타일의 그림들과 잘 어우러져 마치 만화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와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벌써부터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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