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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곱다와 맑다

조현용 / 경희대 교수·한국어교육 전공

사람마다 좋아하는 어휘나 표현이 다르다. 하는 사람도 그렇고 듣는 사람도 그렇다. 칭찬을 할 때는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는 어휘를 사용하는 게 좋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어휘나 표현들은 잘 기억해 두고 사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어휘는 '곱다'와 '맑다'이다.

나는 이 두 어휘를 잘 가지고 있다가 딱 맞는 상황이 오면 얼른 꺼내서 사용한다. 그러면 듣는 사람들도 무척 좋아하고 행복해 한다. 곁에 있는 사람들도 '맞아 맞아' 하며 손뼉을 친다. '곱다'와 '맑다'는 우리에게 기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예쁜 단어들이다.

나이 드신 여성분께 '아름답다'든지 '예쁘다'라는 말을 하면 듣는 사람도 이야기하는 사람도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다. 왠지 나이 든 사람에게는 덜 어울리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었어도 품위가 느껴지고 고상함이 있을 때 뭔가 다른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품을 느낄 때 '고우세요'라는 표현을 하면 된다. 물론 대상이 남성이라면 '여전히 멋있으세요'라고 하면 된다.

고운 것은 여러 번 봐도 질리지 않는 것 볼 때마다 더 보고 싶은 것이다. 고운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자꾸 듣고 싶다. 고운 빛깔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단풍의 빛깔은 고운 게 어울린다.

세월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곱다'는 말은 아름다움에 그리움이 담긴 느낌이다. 그래서 단지 아름답거나 예쁜 것과는 거리가 있다. 옛 시조에 '고운 님 여의옵고'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표현에는 애절한 그리움이 있다.

'맑다'라는 말은 '깨끗하다'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그래서 '맑다'를 써야 할 자리에 '깨끗하다'를 쓰면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다. '맑은 영혼'과 '깨끗한 영혼'의 차이를 생각해 보라. 특히 사람을 나타내는 표현이 그렇다.

'오늘은 표정이 맑아 보인다'는 말과 깨끗해 보인다는 말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맑은 것은 투명한 느낌이 강하다. 맑다의 어원이 '물'과 관련이 있음에도 원인이 될 것이다. 맑은 물은 시원하면서도 기분 좋아지는 느낌이다. 깨끗한 것은 더럽지 않다는 의미다. 깨끗하다는 말도 좋은 표현이기는 하지만 어울리는 곳에 사용해야 한다. 맑은 피부와 깨끗한 피부의 경우는 용법이 다르다.

'맑은 정신으로'라는 말도 '깨끗한'으로 바꿔 쓸 수는 없다. 사람을 칭찬할 때 '맑다'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에 '맑다'는 상대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맑은 웃음 생각이 맑다' 등 자신의 표현 사전에 추가해 보라.

그 밖에도 '착하다'는 말이나 '참하다'는 말은 참 좋은 표현들이다. 요즘에 '착한'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착한 가격 착한 가게 착한 식당 착한 음식' 등 사람이 아닌 것에도 '착한'이 쓰이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착한 가치'는 좋은 것이다. 이것을 부정하면 안 된다. 물질적인 이익보다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먼저여야 착하다는 말이 나온다.

나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커야 착하다. '참하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참하다'는 말만큼 큰 칭찬도 없다. 예전에 결혼의 조건 중에서 말이 필요 없는 경우는 '참한 사람'이었다.

'참하다'는 말은 생김새도 말쑥하고 성격이 진실하고 자기의 일을 성실히 하는 그야말로 모든 게 칭찬받을 만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곧 '참한'이라는 말도 유행이 될지 모르겠다. 나부터 자주 사용해 볼까?

좋은 표현을 골라 쓰면 세상도 좋아진다. 서로가 기분 좋은 소통을 하게 된다. 언어는 단순히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다. 언어는 서로의 관계를 밝게 한다. 좋은 표현을 모아두고 하나씩 꺼내 쓰는 재미도 느껴 보기 바란다. 언뜻 몇 단어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산뜻하다 보드랍다 상냥하다 상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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