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정경환 칼럼] 나를 ‘이팔청춘’으로 되돌리는 ‘국제시장’

알파레타 거주

타주에서의 오랜 이민생활을 청산하고 애틀랜타로 이주한지 다음달로 3년이 된다. 그동안 여러가지로 즐거운 일이 많았지만, 은퇴후 또다른 삶의 즐거움은 한국영화 감상이다. 머나먼 미국땅 극장에서 한국영화를 보게될 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다. 여러 지인들과 어울려 영화를 보며, 고국에서 살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듯 깔깔대는 재미가 있다. 특히 집사람이 너무 한국영화를 좋아해서, 같이보는 나도 같이 엔돌핀이 쏟아지는 듯 하다.

30년 동안 각박한 이민생활 속에서 일만 하느라 직장과 집만 오가며 치열하게 살았다. 솔직히 말해 별반 즐거운 일도 없었다고 해도 할말이 없다. 하지만 애틀랜타로 이사한 후 그 옛날 젊은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우리 부부는 연애시절, 그리고 신혼시절, 서울 영화관 또는 다방에서 데이트를 즐긴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지금 우리 부부는 애틀랜타에서 20대 시절처럼 둘이서 같이 두손 꼭 잡고 영화를 감상한다. 영화를 본 후 같이 식사를 즐기며 영화감상평을 하며 수다도 떤다. 수십년 지난 지금 미국땅 애틀랜타에서 서울 신혼시절 기분을 다시 내본다는 것이 너무 새삼스럽다.

지난해 둘루스 슈가로프밀스 AMC극장에서 영화 ‘명량’을, 새해에는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해운대’에 이어 요즘 한국에서는 남쪽 바다를 소재로 한 영화가 ‘대박’인듯 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고 한국의 영화기술도 무척 발달한듯 하다. 정말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재평가하고 싶다. 지난해 ‘명량’을 보며 우리민족 최대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보며 통쾌했던 기억이 눈에 선하다.

며칠전 애틀랜타서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하며 깜짝 놀랐다. 커다란 미국극장 좌석이 모두 매진됐는데, 관객들이 모두가 한인동포들 뿐이다. 마치 서울시내 어딘가 개봉관에 온 느낌이다. 한인들은 2시간 10분의 영화 상영시간 동안 감동적인 장면이 나올 때마다 한마음이 되어 박수를 쳤다.

‘국제시장’은 1950년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인의 삶을 잘 각색했다. 1950년 한국전쟁 흥남철수부터 시작해서, 부산 국제시장에서의 그 치열했던 피난생할의 정착과정과 피눈물나는 생활상, 1960년대 파독광부들과 간호사들의 경제개발을 위한 눈물어린 노력, 1970년대 월남파병 당시 우리 국군의 피나는 고통을 생생하게 그렸다.

영화상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중동 해외현장에 파견된 건설인력의 노력, 그 험한 산자락을 불도저로 밀어내려가며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던 사람들의 노고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영화는 이어 1980년대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으로 마무리를 한다. 이 모든 이야기에 실제 우리 주변에 있었던 이야기라서, 극장에는 눈시울을 적시는 한인들이 많았다. 이 모든 역사를 멋진 작품으로 만들어난 감독과 작가, 제작사, 배우, 스탭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특히 필자의 고향인 아름다운 부산항과 부산 영도섬의 영선동, 남항동이 영화 마지막 장면에 비춰질 때는 정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필자는 어린 시절 영도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영도를 걸어나와 자갈치시장을 지나면 곧바로 있는 남포동의 휘항찬란한 네온싸인거리가 있다. 여기서 광복동을 지나면 바로 부산중구 신창동 국제시장이다. 당시 국제시장은 이름 그대로 사람만 국산이지 외제품으로 넘쳐났다. “모든 필요한 물품은 국제시장으로 가봐라. 다있다”라고 할 정도였다. 우리 피난민의 역사와 더불어 함게한 너무도 정감어린 시장이었다.

필자는 이후 서울에서 살다가 1980년대 초 이민오기 전에 이산가족찾기 행사를 보았다. 이산가족찾기는 여의도 광장 KBS본관앞 광장에서 실시됐는데, 너무 감동적인 만남이 TV로 중계되면서 모든 국민이 함께 울었다. 필자의 장인어른도 평안북도 박천에서 피난오다가 누이동생과 헤어졌었다. 그래서 장인어른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KBS본관 대리석 기둥에 여동생 이름, 출생지, 나이, 연락처를 적은 벽보를 붙였지만 끝내 소식이 없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와 우리 이웃의 생활상을 너무 가슴에 와닿게 그린 영화 ‘국제시장’을 추천한다. 애틀랜타 우리동포 모두가 고국의 국산영화를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고국 대한민국의 영화산업에 보탬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를 통해 우리 2-3세에게 고국의 역사와 생활을 가르치는 교육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더욱 훌륭한 영화도 제작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다시 한번 한국영화의 무궁한 발전에 큰 성원을 보낸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