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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라이프] 18세 딸에게 쓴 편지

공성식/디자인 프레미스 CEO

딸 아이가 18세가 되어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내년엔 대학생이 되어 타지로 나갈 딸을 위해 이번엔 좀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고민하다가 수동식 영문 타자기를 주문했다. 어려서부터 컴퓨터에 익숙한 녀석에게 아날로그 시대의 마지막 유물 하나쯤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난 늘 딸에게 친구 같은 쿨한 아빠이고 싶었다. 보통 때라면 생일에 "니 방 어딘가에 보물 숨겨놨으니 찾아봐~"라는 장난끼 섞인 카드를 줬을 텐데 이번만은 인생의 조언 한두 마디쯤 해주는 '진짜 아빠' 역할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부담도 느껴졌다. 그래서 카드 대신 꽤 긴 편지를 썼다. 내 영어로는 도저히 뜻을 전달할 수 없어 녀석이 이해하건 말건 그냥 우리말로 적었다. 다 쓰고 읽어보니 내가 완전 '꼰대'가 된 느낌이 들었다.

사랑하는 딸 헬렌에게. 네가 태어난 지 벌써 18년이 지났다니. 병원에서 너를 처음 대면했던 때를 아빠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눈도 못 뜬 채 두 주먹 꼭 쥐고 울고 있는 너를 보는 것은 참으로 신비롭고 놀라운 경험이었어. 그런 소중한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해. 태어나느라 힘들었을 네게도 고맙고.

철저하게 준비된 아빠로서 널 맞이했으면 좋았을 텐데 여러 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아빠여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너는 기특하게도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줘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18살,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한다. 몇 살이 되든 너는 아빠에겐 늘 귀엽고 조그마한 아이란다. 그렇지만 세상에서는 이제 너를 어른으로 취급할 거야.

그러나 어른이 된다고 해서 세상 일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야. 오히려 더욱 어려운 일이 많이 닥쳐오고 그럴 때마다 너는 큰 시련을 겪게 될지도 몰라. 그러나 그것은 네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마. 그게 살아가는 과정이라 여기며 묵묵히 인내심을 갖고 나아가다 보면 많은 것을 터득하게 되고 지혜로워진단다. 그리고 뒤돌아보면 행복한 시간들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도 올 거야.

멋진 삶을 위해서는 인내심과 더불어 밝은 생각이 필요하단다. 세상 모든 것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늘 함께 존재해. 네 마음 속도 마찬가지야. 어두운 생각에 사로잡히다 보면 어두운 면만 보게 돼. 그러면서 어둡게 살게 되지. 반대로 밝은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아름다운 것들로 넘쳐난단다. 너도 살아보면 알겠지만 우리 인생이 그리 긴 것은 아니야. 밝은 면만 보면서 살기에도 짧은 인생이니 늘 밝은 마음으로 감사하며 기쁘게 살아가길 바란다.

아빠의 경험에 비춰보면 이 두 가지만 명심해도 꽤 훌륭한 인생이 되는 것 같아. 그래도 삶이 버겁게 느껴지고 마음이 흔들릴 때면, 두려워 말고 이렇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궁극적으로는 내 힘이 아닌 하나님의 능력으로 모든 것이 이뤄질 것이다. 나는 그저 그 분을 믿고 따라가면 된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나면 조금씩 나아갈 길이 보일 거야.

네가 비록 성인이 됐지만, 엄마와 아빠는 늘 쉼터 같은 존재로 같은 자리에 있어줄 테니, 지칠 때면 언제든 와서 마음 편히 쉬었다 가면 돼. 아빠에게도 그런 쉼터가 있고, 너도 나중에 누군가의 쉼터 역할을 하게 될 거야. 너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늘 명심하길 바라.

헬렌, 어른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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