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비즈니스] 럭셔리 아파트가 바꾼 '타운 지도'
박원득 선임 기자
지금의 솔레어 콘도 자리는 원래 주차장 부지였다. 시가 소유한 땅으로 미터기 주차가 가능한 공용 주차장이었다. 거의 20년 만에 주차장이 거대한 콘도로 변했고 그 건설을 한인 개발업자가 주도했다는 것에 더 놀라워했다.
버몬트의 고층 아파트 자리는 2층짜리 허름한 건물이 있었던 곳이다. 버몬트 길 남쪽으로 한인이 운영하던 해산물 뷔페점도 있었다. 2000년대 들어 두개의 건물이 미국 개발업자에게 매각된 후 지금의 럭셔리 아파트가 생겨난 것이다. 친구는 "미국 도시는 웬만해서는 개발이나 신축이 흔하지 않은 걸로 알았는데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이렇게 변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감탄했다.
한인타운이 많이 개발됐다. 특히 아파트와 같은 주거용 건물이 많이 지어지고 있다. 한인타운 안에서는 지금도 크고 작은 콘도와 아파트 신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새로 짓는 콘도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아파트도 웬만한 소득으로는 감히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비싸다. 1베드에 2000달러가 넘고 2베드가 3000달러 이상이니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구경거리일 뿐이다.
한인타운의 새 아파트는 이미 완공된 버몬트 아파트를 포함해서 2년 이내에 새로 지어질 것까지 합치면 거의 1000유닛이나 된다. 과연 이 유닛들이 다 채워지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아파트 신축은 이어지고 있다.
과거의 한인타운 아파트는 거의 대부분이 비슷한 수준을 형성했었다. 새로 지은 건물도 없었고 개발업자의 신축 의지도 없었다. 오랜 기간 동안 1900년대 초.중반 이전에 지어진 낡은 아파트나 유닛들이 그대로 있었다. 이런 이유로 '그냥 한인타운 아파트에 살아요'하면 사람들의 부의 수준이 대략 공개됐다.
하지만 지금은 한인타운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단순히 LA한인타운에 산다는 것보다는 어느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부의 수준이 달라지게 됐다. 서울처럼 강남이냐 또는 특정 브랜드의 아파트가 거주자의 재정상태를 말해주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되고 있다.
기존 아파트에서 장기간 거주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낮은 렌트비에 살고 있다. 반면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나 신축 고급 아파트를 찾는 사람들은 높은 가격에 리스를 얻고 있다.
한인타운이 개발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타운이 개발되면 주거환경이 좋아지고 부동산 가치도 오른다. 그러나 저소득층 세입자들은 불안하다. 살고 있는 아파트가 헐릴까봐 불안하고 전반적인 임대료 상승에 따라 렌트비가 오를까봐 마음이 편치 않다.
또한 신축 아파트 증가는 LA한인타운의 인종적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낡고 싼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재개발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다. 재력이 되는 타인종의 유입으로 인해 현재 다수를 차지하는 라티노 등은 원치 않는 이주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
한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재개발로 새로 지어진 아파트에 들어가지 못하면 타운을 떠나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옮겨야 될 판이다.
수년째 지속되는 한인타운 개발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저소득자를 위한 아파트 개발 등 조화로운 빈부 균형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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