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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플레이스] '서전 제너럴'의 메르스 예방법

박용필/논설고문

한국서 메르스가 한창 위세를 떨칠 즈음 LA국제공항으로 지인을 마중 나갔다. 미국도 못 미더운지 한여름인데도 마스크를 눈언저리까지 눌러쓴 채 걸어나온 입국자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불안하면 차라리 오지 말지 왠 '복면'을.

치사율이 비교적 높은 감염병이어서 입국과정에서 보건당국이 철저하게 단속을 했을 터. 지인에게 메르스에 관해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를 물어봤다. 예상과는 달리 대답은 '전혀.' 메르스의 메자도 안물어 보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서는 그 난리를 쳤는데도.

궁금증은 얼마 후에 풀렸다. 뉴스채널 CNN 방송에 한 해군제독이 메르스에 관해 얘기하는 걸 봤다. 이름은 비베크 머시. 나이가 38세에 불과한데 어깨에 달린 별은 셋이다. 공식타이틀은 '서전 제너럴(Surgeon General).' 우리말로는 '의무사령관'이라고 할까.

한국을 비롯해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 번지고 있는 메르스에 대해 공포를 느낄 필요가 없다며 안심하라고 일렀다. 그러면서 "입으로 전염되니 키스를 하지 않으면 그대로 사라질 것"이라며 기자의 '심각한' 질문에 '가볍게' 대답을 했다. 고위장성의 말씀이어서 더욱 신뢰가 갔다.

미국서 서전 제너럴은 질병관리 야전사령관에 해당되는 막강한 자리다. 에볼라 등 국가재난급 감염병이 발생하면 그의 지휘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보건연구원(NIH)도 그의 예하 부대다.

그런데 왜 '서전 제너럴'이란 군대 용어를 사용하는 걸까. 건국한 지 얼마 안돼 연방의회는 '해양병원 기금'이란 기구를 만들었다. 선원들의 건강과 치료를 전담하기 위해서다. 미국이 해양대국으로 받돋움하고 나서는 아예 군사조직으로 개편한 것. 명칭도 공중보건국(PHS)으로 바뀌었다.

근무자는 7000여명. 대부분 의료관련 종사자들이어서 장교로 임관된다. 매주 수요일엔 전원 군복을 입고 근무한다. PHS의 최고 책임자가 바로 서전 제너럴이다.

지난 해 머시가 서전 제너럴로 부임하는데는 1년이 넘게 걸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화당과 특히 전국총기협회(NRA)의 미움을 샀다.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총도 따지고 보면 질병의 원인"이라며 강력한 총기규제를 요구했다가 혼쭐이 났던 것. 자신의 발언을 취소하고 나서야 청문회를 통과하는 등 진땀을 흘렸다.

흡연자들에겐 서전 제너럴이 친숙하게 느껴지겠다. 담배곽에 '흡연은 당신의 건강을 해친다'는 그의 경고문이 쓰여져 있기 때문이다. 10대 임신과 에이즈를 예방하기 위해 매스터베이션(자위)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이도 있다.

서전 제너럴의 임기는 4년. 권력에 밉보였다고 해서 함부로 해임을 못하도록 법으로 엄격히 규정돼 있다. 역대 서전 제너럴 가운데 군 출신은 한명도 없다. 대통령이 지명해 상원 인준을 받는 그 순간부터 신분이 민간인에서 군인으로 바뀐다.

PHS는 육·해·공·해병대 및 해안경비대와 함께 미국 군사체계의 근간을 이룬다. 각 군의 최고계급은 별 넷. PHS 참모총장 격인 서전 제너럴만 별 셋이어서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편하더라도 한 보름 동안만 (연인이나 배우자를) 안아 주세요. 뽀뽀는 하지 마시고. 메르스는 입으로 전염되니까요."

서전 제너럴이 방송에 나와 한 말을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서전 제너럴이 있어 마음이 든든하니 대장으로 진급시켜 줘도 좋을 성 싶다. 질병관리와 방역에 관한 한 그가 대통령 보다 더 센데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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