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벨보이가 의사보다 돈 더 벌어요"
빗장 풀린 쿠바를 가다…민박집 주인 후안이 들려주는 삶과 미래
석사학위 지식인들은 평균 월급 20달러
이중화폐 통합하려면 국민 임금 올려줘야
젊은이들은 "카스트로는 할아버지" 존경
"왜 부모님들은 참고만 있는지 모르겠다. 난 더 갖고 싶다."
민박집 주인 후안 카를로스(28)가 기자와 이틀간 동행하면서 주고받은 대화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다. 현재 쿠바 내부의 모순을 대표하는 말이다.
관광객들은 쿠바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 모순과 마주친다. 도로에는 농부의 마차와 1950년대 깡통차(1991년형 티코도 있다), 최신식 차량이 나란히 다닌다. 사회주의 국가지만 골목 어디서든 음악과 춤, 논쟁이 자유롭다. 미사일을 세워놓은 사관학교 옆에는 평화의 상징인 예수상이 팔을 벌리고 있다.
후안은 디지털 세대이면서 아날로그 세대다. 그는 최고 대학인 아바나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고, 56년 만에 다시(후안으로서는 처음) 자본주의를 몸으로 배워야 한다. 민박집에서 나흘간 머물면서 질문들을 쏟아부었다.
쿠바 도로엔 현대 쏘나타 차량이 자주 눈에 띄었다. 후안에 따르면 소나타도 이 나라의 모순 중 하나다. "4~5년 전까지 현대차가 외제차 중 50% 이상이었다. 그런데 중국이 쿠바에 차관을 주면서 중국차 지리(Geely)가 시장을 다 점유했다. 하루아침에 점유율 50%에서 0%가 될 수 있는 나라가 쿠바다."
월급도 모순이다. 대학원까지 전국민 무상교육 제도 덕분에 석사 학위 지식인들이 넘쳐나지만, 평균 월급은 20달러에 불과하다. 변호사나 의사가 많이 받아야 40달러를 받는다.
2011년 경제사회 개방조치로 178개 업종에 대해 자영업을 허가했지만 의사나 변호사, 교육 전문가는 포함되지 않았다.
후안은 "호텔 벨보이가 의사보다 더 버는 곳이 쿠바다. 손님 짐을 한번 들고 올라가면 1달러 팁을 받는다. 하루 20번만 옮겨도 한 달 월급을 받는 셈"이라며 "요즘 10대 아이들은 대학가기를 꺼린다"고 말했다.
그럼 대다수 국민은 어떻게 사느냐고 물었다. 후안은 배급품 장사를 예로 들었다. 거의 공짜로 받은 정부 배급품들을 낱개로 돈을 더 붙여 파는 식이다.
물자는 항상 부족하다. 후안의 어머니는 민박 숙박객들에게 아침식사를 준다. "어제까지 있던 물건이 오늘 시장에 가면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개인운영 식당이 많아지면서 사재기가 흔하다."
거주비는 싼 편이다. 정부소유 아파트 월세가 크기와 상관없이 월급의 10% 수준이다.
화폐도 모순이다. 쿠바에선 이중 화폐 제도를 쓴다. 쿠바 국민이 쓰는 쿠바 페소(CUP)와 달러 같은 외화와 바꿔쓰는 쿡(CUC)이있다. 환전은 원칙적으로 국영환전소에서만 가능한데 달러는 13%를 세금으로 뗀다. 100달러를 주면 87쿡으로 바꿔주는 식이다. 쿡과 페소의 화폐 가치 비율은 1:24다. 모히토 칵테일 한잔이 보통 0.6쿡 정도다. 관광객들에겐 싸지만, 현지화로는 14.4 페소나 한다. 그 불균형을 없애기 위해 쿠바 정부는 화폐 통합을 추진 중이지만 쉽지 않다. 쿡과 페소가 1:1이 되려면, 국민의 임금을 국가가 인상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생산을 늘려야 하고, 생산이 늘어나면 배급제도가 필요없어지게 된다.
화폐 통합은 사회주의식 시장경제와 정반대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쿠바인들은 카스트로의 혁명을 실패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외부에서 카스트로는 독재자의 이미지로 알려졌지만, 쿠바에서 만난 20여 명의 젊은이 대부분은 그를 존경했다. 후안은 "할아버지(카스트로를 그렇게 불렀다)가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이 있지만 쿠바에서 혁명은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지금 쿠바인들에게 가장 큰 장애물이 무엇인지 물었다.
"미국이라는 답을 듣고 싶었나.(웃음) 그렇지 않다. 최대의 적은 변화에 대한 무서움이고 두려움이다. 그것을 극복하는가 여부가 쿠바의 미래다."
쿠바=글·사진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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