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상의 보석이야기] 콜롬비아에서 20년동안 캐낸 최고의 보석 둘
가끔 생각한다. 미국 시민권을 지닌 한국 사람으로 한국도 미국도 아닌 콜롬비아에서 인생의 황금기 3,40대를 보낸 나에게는 지금 무엇이 남았을까?인생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그 속에서 좋은 인연을 찾는 과정이다. 낯선 땅 콜롬비아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갓 서른 나이에 패기 하나로 시작한 에메랄드 비즈니스, 마치 맹수가 우글거리는 아프리카 초원에 내던져진 한마리 새끼양 같은 내가 보인다.
그 선택으로 인해 겪게 된 수많은 어려움과 그걸 헤치고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을 생각하면 스스로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무모했던 시간들의 기억을 떠올리는 일조차 고통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이 있기에 한동안 콜롬비아에 갈 수 없을 때는 사무치게 그곳이 그립기도 했다.
같은 한국인이라서, 너무 좋은 현지인이라서 믿고 의지했건만 여지없이 돌아오는 속임수, 배신, 분노 그리고 좌절감 속에서 그래도 나에겐 한줄기 빛과 같은 좋은 친구들이 있었다. 보석 비즈니스를 통해서 많은 유명인과 부자들도 만나보았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한결같은 내 친구 올란도와 에르네스토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올란도와 에르네스토, 그 둘은 피를 나눈 친형제다. 형인 올란도는 성격이 급하고 귀가 얇아 일을 잘 벌이고 쉽게 포기한다. 동생인 에르네스토는 매사에 신중하고 이재에 밝다. 어찌 보면 물과 불처럼 다른 두 사람이다. 때문에 둘이 다투기라도 하면 나는 어느 편도 들 수 없어 난처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이 둘에겐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누구보다 정직하고 의리가 있다는 것이다. 술과 친구를 좋아하는 올란도는 내가 콜롬비아에 머물 때면 자기 집에 갈 생각도 안하고 24시간을 나와 지낸다. 한 때는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출장도 자주 함께 다녔다. 나는 장난삼아 그를 'Mi Amor(내사랑)’라고 부른다. 한국말로는 마누라다. 내가 자기를 이렇게 부르면 남들이 오해한다며 엄청 성질을 내곤 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내가 'Mi Amor’하면 그냥 빙그레 웃는다.
에르네스토는 매사에 신중한 성격으로 잔돈 몇센트까지 따질만큼 철저해 나는 그를 'Tacano(구두쇠)’라고 부른다. 콜롬비아 회사를 정리하고 난 후부터는 그의 회사를 통해 에메랄드를 구입하고 수입하는데, 에메랄드를 구입하고 떠나기 전날이면 언제나 정산 문제로 에르네스토와 몇시간을 실랑이 해야 한다. 어떤 때는 몇십만 달러를 구입하고도 10달러 20달러 계산이 틀려져 옥신각신 한다.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계산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다. 이런 그가 일전에는 나더러 불쑥 “너 참 좋은 사람이다.”라고 한다. 이젠 그도 늙었나 싶다. 안하던 소리를 하니.
내가 강도에게 납치 당했을 때도, 현지인에게 권총으로 위협받을 때도 심지어 같은 한국 사람에게 받을 돈을 못받아 전전긍긍 할 때도 그들은 해결사 노릇을 마다하지 않았고 항상 내 곁을 지켜주었다.
페니까지 따지는 에르네스토가 선 송금 후 에메랄드 구입의 현지 관행을 무시하고 내가 물건을 구입하고 미국에 들어와 송금을 해줘도 한번도 문제삼지 않는다.
“너 그러다 내가 돈 안보내면 어쩔려고?”
“친구 도와줬다 생각하지 뭐. 네가 오죽 힘들면 내 돈을 다 떼어 먹겠냐.”
한때는 미 국무부로부터 여행 자제 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치안이 불안했던 마약과 게릴라의 나라 콜롬비아, 지금은 미국의 원조와 자국 정부의 의지로 치안이 나아지며 더불어 매년 관광객이 늘어가는 추세다. 늘어나는 관광객만큼이나 콜롬비아인의 순수하고 정많던 인심도 메말라가고 있다.
내가 힘들고 지쳐서 기대고 싶을 때 나의 손을 붙잡아 줄 수 있는 친구가 과연 나에겐 몇명이나 있을까? 그래도 변함없는 내 친구 올란도와 에르네스토가 있기에 나의 콜롬비아 여행은 언제나 푸근하고 설렌다.
보석상식21.보석 인핸스먼트를 아시나요?
보석의 가격은 색상과 투명도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를 위해 원석마다의 장점을 살려 세심히 커트하고 연마하여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보석 가공의 방법입니다.
이후 열을 가하거나 오일링, 실리콘 침투 등의 인위적인 방법을 더하여 보석의 흠을 감추거나 색상을 선명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를 ‘보석 인핸스먼트(Enhancement)’ 라고 합니다.
다이아몬드의 실리콘 주입, 에메랄드에 오일 처리, 루비 사파이어에 열처리 등이 보석 인핸스먼트에 속합니다. 이 공정은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색상의 발생 작용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되고 또 인위적인 처리 여부를 완전히 구별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불법적인 공정이 아니라 해도 소비자에게 이 사실을 고지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됩니다. 따라서 구입 전, 그 보석이 인위적인 공정을 거친 제품인지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감별서에는 인위적인 처리 여부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HARRY KIM(K&K FINE JEWELRY)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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