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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헬조선' 단상

장 동 만 / 저널리스트

요즘 한국 젊은이들 특히 20~30대 사이에 '헬(Hell)조선' '지옥불반도(地獄火 半島)'라는 말이 널리 회자(膾炙)되고 있다고 한다. 뜻은 글자 그대로 '한국은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땅' '지옥 불 속 같은 한반도'라는 의미란다. 그리해서 어떻게든 '탈(脫)조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코리안 난민'이란 말까지 생겼단다. 심지어 지난 2차민중궐기대회 때는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을 사퇴한다"면서 '비국민 선언'까지 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고 한다. 그들이 '한국'이라 하지 않고 굳이 '조선' 이라고 쓰는 것은 현재 대한민국이 신분 제도(특히 노비 제도) 등 옛 조선(朝鮮)이나 별반 다르지 않고 모든 것이 '형편없기' 때문이란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 여기에 더해 내 집 마련과 인간 관계를 포기한 '5포세대'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7포세대'에 뒤이어 요즘은 또 'N포세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다른 모든 것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Nothing' 상황이라고 한다.

그러면셔 그들은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심지어 '똥수저'론을 꺼낸다. '흙.똥 수저'가 아무리 발버둥 쳐 봐야 '금.은 수저'를 따라가기는 불가능 계층 상승의 기회가 완전히 봉쇄되어 있다며 한탄하고 분노한다. 그리고 기성세대들의 "노력하라!" "분수를 알라!" 같은 말엔 크게 반발하며 "너나 잘 하세요" 비웃음과 냉소로 맞대꾸 마이동풍이라고 한다.

단군 역사 이래 최초.최상의 경제 번영을 이룬 나라 1인당 GNP 3만여 달러 세계 10대 경제대국. 이런 땅에 사는 한국 젊은이들이 왜 그같이 분노하고 그 나라를 이렇게 저주하게 되었는가? 곰곰히 그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 본다.

한국은 지난 20~30년 간 압축 경제성장을 이뤘다. 한 달이 다르게 1년이 다르게 사람 사는 것이 풍요로워졌다. 이렇게 풍요로운 '겉살림(외면 생활)'에 도취(?)한 나머지 '속살림(내면 생활)'은 완전히 등한시 무가치.무용(無用)이 돼버렸다. 국가정책도 "잘 살아 보세!" 구호만 외쳐댔지 과연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이념적인 방향 설정과 철학적인 계도는 없었다. 그리해서 돈의 위력이 더욱 기세를 떨치고 물질만능의 사고가 사람들의 생각을 휩쓸게 되었다. 곧 돈이 최고.최상의 가치가 되고 졸부가 판치는 세상이 돼버렸다.

'N포세대'들의 그 '포기(抛棄)'의 대상들을 분석해 보면 그 거개(擧皆)가 돈과 연계되는 것들이다. 연애 결혼 출산 취업 집 마련 등…. '머니톡(Money talk)' 돈이 있다면 돈이 많다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고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것들이다. 그러면 돈만 있으면 그들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람이 "잘 산다" "못 산다"는 것이 과연 무엇이냐 하는 가치관 내지 인생관의 정립이 우선 되어야 한다. "잘 산다"는 것이 오직 물질적 풍요만을 뜻할 때 우리는 항상 욕구 불만일 수밖에 없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모르고 '못 가진 것'만을 욕구할 때 그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한국 젊은이들은 너무나 야심이 많고 패기에 넘친다. 그래서 항상 '나보다 나은' 위만 쳐다본다. 상대적 빈곤.박탈감을 느낀다. "나는 왜 이 꼴…" 자기 비하 자기 모멸감 실의 좌절 비관에 빠질 수밖에 없다.

'N포세대'의 '헬조선!' 하는 저주를 발본색원 없앨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선 사람들이 이 같은 물질만능주의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돈(資)이 근본(本)이 되는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사는 한 이는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루소가 "자연으로 돌아가라" 하니까 볼테르가 "이제 인간이 네 발로 걷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응수 했다는 일화 만치나 너무 늦었다. 시대착오적인 당위(Sollen)의 요청이다.

여기서 미국 젊은이들의 삶의 태도를 한번 살펴본다. '결코'라고는 할 수 없지만 '별로' 나를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그는 돈이 많으니까…" "그들은 실력이 있으니까…" 부러워하지도 않고 시기하지도 않는다. "그는 그 나는 나." 나는 나만의 삶을 살고 또한 나대로 삶을 즐긴다. 상대적 빈곤감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 따라서 열등감 자기 모멸감 때문에 괴로워하지도 않는다. 건전한 생활 태도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한국 젊은이들의 가장 큰 난제인 취업 문제만 해도 그렇다. 미국 젊은이들은 원하는 직업을 못구하면 우선 아무 일이라도 시작한다. 일을 하면서 다른 기회를 모색한다. 한국 젊은이들처럼 아예 처음부터 "그 일을 내가 어떻게 해" "굶어 죽어도 그 일은 못해" 하는 식으로 양반은 곁불을 못 쬐겠다면서 신세 한탄만을 일삼지 않는다.

한국 젊은이들도 미국 젊은이들의 이 같은 가치관.인생관을 좀 배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바야흐로 지구촌 시대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고만고만 오십보백보 차이 아옹다옹하지 말고 "Live Local Think Global!" 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실눈'으로 '위만 보지' 말고 '큰눈'으로 세상을 '넓게 멀리 보면' 그들이 지금 느끼는 불만 좌절 분노가 상당히 완화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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