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과학자의 세상보기] 21세기 유니콘
유니콘(Unicorn) 혹은 일각수(一角獸)는 전설속의 동물이다. 영어로도 한자로도 하나의 뿔이 나있는 짐승이라는 뜻인데 이야기나 영화에서는 뿔달린 백마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동물인지라 대신 사냥을 당하며 피해를 본 것이 기다란 뿔이 하나 달린 일각고래(Narwhal)이다. 엄밀히는 뿔도 아니고 이빨이 길게 자란 것인데 유니콘의 뿔이라고 속여 금값의 10배를 받았다고 한다.원래 기원은 인도 근방이었던 모양인데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노아의 방주에 제때 타지 못해서라고 한다. 정말 그랬다면 공룡과 비슷한 신세가 된 셈이다. 유니콘전설은 그 유래가 비교적 명확한데 바로 코뿔소, 특히 사납기로 유명한 인도의 코뿔소이다. ‘무소’라고도 하는데 한국의 자동차이름도 거기에서 나왔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경구는 가장 오래된 불교경전인 ‘숫타 니파타(Sutta Nipata)’에 나온다.
‘인도에서 이상한 짐승을 잡았다. 몸통은 말과 비슷하고, 머리는 사슴과 비슷하며, 발은 코끼리, 꼬리는 맷돼지를 닮은 일각수였다. 길고 검은 뿔이 이마 한가운데 달려있는데 산채로는 잡을 수가 없었다’. 서기 1세기를 살았던 로마의 학자 플리니우스가 그의 저서 ‘박물지’에 남긴 기록인데 이것이 유니콘전설의 시초 노릇을 했다. 본인이 직접 보고 적은 것은 아닐 것이다. 후세의 이야기꾼들이나 청중에게는 코뿔소보다는 뿔달린 백마 쪽이 훨씬 매혹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21세기의 하이테크 투자업계에서는 유니콘이라는 단어가 사뭇 다른 의미로 쓰인다. 유니콘은 Startup 회사 중에서 회사가치가 10억 달러, 한국돈으로 12조원을 넘어서는 회사를 가르킨다. 그러니까 아주 전망이 좋거나 가치가 높은 벤처회사를 지칭하는 말이다. 종전에는 주로 소프트웨어 회사를 중심으로 쓰였지만 그 범위가 계속 넓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교통분야의 우버(Uber), 전자 쪽의 샤오미(Xiaomi), 숙박업의 Airbnb 등을 들 수 있는데 Uber같은 경우 회사가치가 600억 달러에 달한다. 참고로 세상에서 가장 큰 회사인 애플사가 5400억 달러이고 제약회사는 상위 10위를 차지하는 회사가 1000-2700억 달러 수준이다.
1997-2000년쯤에 피크에 달한 Dot.com붐과 바로 뒤를 이은 붕괴과정에서 보았듯이 하이테크 산업은 성공하였을 때 보상이 막대하지만 그만큼 위험요소도 많다. 경제전문가들은 최근 ‘실리콘 밸리 유니콘’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현상을 반기면서도 이들중 다수는 쓰러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터넷과 IT쪽에 비하여 Biotech쪽은 리듬이 꽤 다르다. 워낙 막대한 물량과 인적자원, 그리고 시간의 투자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긴 역사를 가진 제약회사들이 둔중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발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새로운 기술을 들고 나온 작은 덩치의 Startup회사들이다.
생명공학 쪽에도 대담한 발상으로 학계와 업계를 완전히 뒤흔들어놓는 기술 (Disruptive technology)을 창안하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실리콘 밸리의 IT회사들이 주종을 이루던 ‘유니콘’무리에 합류하는 생명공학 회사들이 늘고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끝까지 성공하는 회사보다는 중간에 실패하는 회사가 훨씬 많다. 대박난 Startup회사를 전설속에만 존재하는 유니콘이라 지칭하는 것도 그만큼 성공스토리가 드물기 때문이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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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출 (생명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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