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누워서 떡 먹기는 어렵다
조 현 용 / 경희대 교수·한국어교육 전공
한국어 속담 중에 외국인이 가장 많이 혼동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 중의 하나는 '아주 쉽다'에 해당하는 표현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속담으로는 '누워서 떡 먹기, 식은 죽 먹기, 땅 짚고 헤엄치기'가 있다. 외국인은 이 속담들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모두 어려운 일이 아니냐고 묻는다. 한국인도 제대로 대답해 주는 경우가 적다. 왜냐하면 속담의 진술대로라면 오히려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누워서 떡 먹기'의 상황을 보고는 쉽다는 생각보다는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워서 떡을 먹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더욱 그렇다. 특히 한국의 인절미나 찹쌀떡 같은 떡을 누워서 먹는다면 매우 위험할 수밖에 없다. 진짜 죽을 수도 있다. '식은 죽 먹기'를 보고는 오히려 차별 대우를 받는 게 아닌지 이야기하기도 한다. 죽이 너무 뜨거운 것도 문제지만 차갑게 식은 것은 더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땅 짚고 헤엄치기'는 수영을 해 본 사람이면 금방 알 수 있다. 수영을 할 때 바닥을 짚으면 훨씬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속담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문화적 배경이나 한국인의 사고 등 고려할 점이 많다.
'누워서 떡 먹기'는 한국의 가옥 구조 및 한국인의 안방 생활을 생각하지 않으면 해석하기 어렵다. 한국은 방바닥이 온들 구조로 되어 누워 있는 자세가 편한 자세가 된다. 하지만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있는 자세만 누워 있다고 하지 않는다. 옆으로 누운 자세도 '누워서'라고 표현할 수 있다. 누워 있는 부처인 와불(臥佛)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특히 한국의 방에는 '보료'가 발달하였는데 그중 베개 모양의 것(잠침)에 기대어 옆으로 누워 있는 자세는 매우 편한 자세다. 이렇게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매우 쉽고 편하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누워서 침 뱉기'의 '누워서'와는 전혀 다른 자세다. 누워서 침을 뱉을 때의 자세는 반듯이 천정을 보며 누워 있는 모습이다.
식은 죽 먹기를 해석할 때 핵심은 어떤 죽이 먹기가 좋은가에 대한 생각이다. 아주 뜨거운 것이나 아주 차가운 것은 먹기가 좋지 않다. 뜨거운 것은 입이 델 수가 있으며 차가운 것은 맛이 없다. 따라서 뜨거운 죽을 식혀서 먹어야 한다. 해석의 핵심은 '식다'에 있다. 식은 것은 원래 뜨거운 것을 먹기 좋게 온도를 낮추었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식은 죽 먹기는 적당히 식은 죽 먹기라는 의미다. 적당히 식은 죽은 먹기도 좋고 맛도 좋다.
'땅 짚고 헤엄치기'의 경우도 수영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쉽지 않은 영법(泳法)이다. 말 그대로라면 쉽다는 의미가 전혀 유추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속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영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전혀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땅을 짚고 수영을 한다면 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땅에 손이 닿으면 안도감이 생긴다.
한국어 속담 '누워서 떡 먹기 식은 죽 먹기 땅 짚고 헤엄치기'는 전부 무척 쉽고 편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속담을 단순히 의미의 조합으로 해석하면 의미 전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즉 속담 중에는 언어 표현을 그대로 이해하면 오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외국어로 속담을 배울 때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속담에 담긴 문화적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한국 속담을 공부하다 보면 한국인의 사고에 대해서도 더 깊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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