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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마이웨이(My Way)

김 애 리 / 수필가

4월이었을 듯하다. 따사로움을 기대했기에 더 차가웠던 바람. 살갗을 파고드는 얄궂은 바람이 불던 날 아버지를 찾아갔던 날을 기억한다. 심각하게 고민한 만큼 가슴도 벅차 심호흡을 하고 "아버지 예능고등학교를 진학하려고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무심한 척 듣고 있던 아버지, 등을 긁고 있던 효자손으로 대차게 머리를 내리쳤다. 어디 할 게 없어서 딴따라를… 머리와 이마에 큰 혹을 달고 15세 나는 아버지 목장 길을 터벅터벅 걸어 내려와 버스를 탔다. 차창에 스쳐가는 허황한 들녘의 저녁놀, 고개 숙인 나무, 모두 나를 위로하는 듯 슬퍼 보였던 나의 길을 포기하던 그날의 무력함을 기억한다. 이후로 가장의 절대적 권위에 짓눌려 진로를 바꾼 나는 사연이 엉키고 세월이 흐르고 인연이 되어 삶의 터를 고국에서 타국으로 그리고 어찌어찌 비즈니스우먼이 되었다.

접어둔 꿈이란 가슴속 깊이 심연의 창고에 간직한 그저 한 번씩 꺼내 보는 빛바랜 사진처럼 지나간 설렘일 뿐이다. 헌데, 우연히 접한 유트브 영상이 내 머리를 후려쳤다. 접어둔 오랜 꿈을 취미로 할 수 있겠다는 새로운 꿈에 흥분했다. 전자거래업계의 글로벌 거물, 80억 위안으로, 우리 돈 1조5000억 원에 육박하는 단위로 세계의 갑부 자리에 오른 알리바바 회장, 마윈이 금발의 가발을 뒤집어쓰고 공주 복장을 하고 무대에 섰다. 자기 회사 기념 파티에 음악회를 개최하고 노래 실력을 맘껏 발휘한 그 사람의 특별성에 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대리만족에 기염을 토하며 찬사를 퍼부었다.

2009년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B2C(기업대소비자) 장터인 '티몰'에서는 긴 가발을 쓰고 검정과 레드의 강렬한 가죽 코트에 붉은 립스틱을 칠하고 무대에 올라 앨튼 존의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을 불렀다. 나는 그의 자유로운 영혼 절제된 분방함에 찬사를 퍼부었다. 정장을 한 평상시의 그와 무대 위의 마윈 모습을 보는 내 눈은 멋진 일상의 이탈과 충만한 자신감, 절대적 자신만의 존재감의 당당함에 놀라 흥분되었다. 그는 멋졌다. 만약 한국의 대기업 회장이 붉은 립스틱 바르고 여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 퍼포먼스를 펼친다면…. 상상만 해도 그 반응이 궁금하나 뼛속에 각인된 권위의식과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우리에게 쉬운 일은 아닐 듯하다.

우리의 삶은 자신을 위한 삶인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인지 철학자 라캉이 다시 떠올려지는 혼동이지만 분명한 건 내 인생의 주인은 나다. 한껏 고무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었는데 웬일인가 바로 다음날 오랜 루마니아 친구 스와레(Soare)가 내게 보낸 유트브 영상에 난 다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타고난 트럼펫 실력을 갖추었지만 먹고 살아야 하기에 개인 자가용 운전을 하는 그가 캐나다 오케스트라와 마이웨이(My Way)를 연주할 기회가 생긴 것 운전수의 무대 위 연주, 얼마나 멋진가! 그가 연주하는 마이웨이 가사 구절구절이 눈물이 되어 가슴을 적신다.

오랜 세월 잊어버린 꿈을 찾기에 늦은 세월은 없다. 죽기 전이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의지와 용기 그리고 그 안에 기쁨이면 충분하다. 마윈은 "성공은 다른 사람에 의해 평가되는 외재적인 것이다" 반면 "성장은 지속적인 과정 내재적인 개념이다" 마음속에 유쾌하게 존재하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의미심장한 말이다. 성공도 무시할 수 없으나 성공과 성장의 밸랜스가 문제로 다가와 심란한 밤. 성공을 하고 꿈을 잃었다면 그것 또한 빈 가슴일 듯. 성장을 해야지, 어린 소녀 꿈은 죽지 않았다. 꿈은 진행형, 나는 나의 길(my way)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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