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뜨락에서] 마이웨이(My Way)
김 애 리 / 수필가
접어둔 꿈이란 가슴속 깊이 심연의 창고에 간직한 그저 한 번씩 꺼내 보는 빛바랜 사진처럼 지나간 설렘일 뿐이다. 헌데, 우연히 접한 유트브 영상이 내 머리를 후려쳤다. 접어둔 오랜 꿈을 취미로 할 수 있겠다는 새로운 꿈에 흥분했다. 전자거래업계의 글로벌 거물, 80억 위안으로, 우리 돈 1조5000억 원에 육박하는 단위로 세계의 갑부 자리에 오른 알리바바 회장, 마윈이 금발의 가발을 뒤집어쓰고 공주 복장을 하고 무대에 섰다. 자기 회사 기념 파티에 음악회를 개최하고 노래 실력을 맘껏 발휘한 그 사람의 특별성에 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대리만족에 기염을 토하며 찬사를 퍼부었다.
2009년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B2C(기업대소비자) 장터인 '티몰'에서는 긴 가발을 쓰고 검정과 레드의 강렬한 가죽 코트에 붉은 립스틱을 칠하고 무대에 올라 앨튼 존의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을 불렀다. 나는 그의 자유로운 영혼 절제된 분방함에 찬사를 퍼부었다. 정장을 한 평상시의 그와 무대 위의 마윈 모습을 보는 내 눈은 멋진 일상의 이탈과 충만한 자신감, 절대적 자신만의 존재감의 당당함에 놀라 흥분되었다. 그는 멋졌다. 만약 한국의 대기업 회장이 붉은 립스틱 바르고 여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 퍼포먼스를 펼친다면…. 상상만 해도 그 반응이 궁금하나 뼛속에 각인된 권위의식과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우리에게 쉬운 일은 아닐 듯하다.
우리의 삶은 자신을 위한 삶인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인지 철학자 라캉이 다시 떠올려지는 혼동이지만 분명한 건 내 인생의 주인은 나다. 한껏 고무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었는데 웬일인가 바로 다음날 오랜 루마니아 친구 스와레(Soare)가 내게 보낸 유트브 영상에 난 다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타고난 트럼펫 실력을 갖추었지만 먹고 살아야 하기에 개인 자가용 운전을 하는 그가 캐나다 오케스트라와 마이웨이(My Way)를 연주할 기회가 생긴 것 운전수의 무대 위 연주, 얼마나 멋진가! 그가 연주하는 마이웨이 가사 구절구절이 눈물이 되어 가슴을 적신다.
오랜 세월 잊어버린 꿈을 찾기에 늦은 세월은 없다. 죽기 전이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의지와 용기 그리고 그 안에 기쁨이면 충분하다. 마윈은 "성공은 다른 사람에 의해 평가되는 외재적인 것이다" 반면 "성장은 지속적인 과정 내재적인 개념이다" 마음속에 유쾌하게 존재하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의미심장한 말이다. 성공도 무시할 수 없으나 성공과 성장의 밸랜스가 문제로 다가와 심란한 밤. 성공을 하고 꿈을 잃었다면 그것 또한 빈 가슴일 듯. 성장을 해야지, 어린 소녀 꿈은 죽지 않았다. 꿈은 진행형, 나는 나의 길(my way)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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