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내가 나일 때 나오는 힘 '아우라'
이기희/작가
지난 주 한 여자 고객이 맘에 꼭 드는 원화(original)를 사고 싶은데 형편이 안 된다며 한정판에 붓으로 터치한 지클레(Hand Embelished Giclee)를 구입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로 따져보면 원래 출신 성분은 상류층 귀족임이 분명한데 평민으로 살자니 "나답게 사는 게 정말 힘들어요(It is too hard to be me)"라며 귀여운 농담을 했는데 고객에게서 풍기는 아우라가 묘하고 멋있었다.
'아우라(Aura)'는 예술작품에서 뿜어내는 흉내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다. 본래 사람이나 물체에서 발산하는 기운 또는 영기(靈氣)를 뜻하는 말이었는데 1936년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이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이라는 논문에서 사용해 예술개념으로 자리잡게 됐다.
벤자민은 예술 작품에서 흉내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인 아우라는 원본이 지니는 시간과 공간에서의 유일한 현존성에 의해 생긴다고 설명한다. 또한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 일어난 결정적 변화를 '아우라의 붕괴'라고 정의한다. 그의 이론이 신비주의적, 신학적 경향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뿜어내는 예술적 도취감에 취해 본 사람들은 그 의미와 매력에 수긍한다.
사람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상대를 판단한다. '아우라'는 나를 빛나며 돋보이게 하고 상대를 내 속을 끌어들이는 아주 특별한, 내 속에 존재하는 나의 힘이다. 아우라는 하루 아침에 생성되지 않는다. 침잠과 통찰, 끊임없는 열정으로 생을 가꾸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자신만이 지닌 특별한 가치를 깨닫고 당당하고 철저하게 살면 자신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만들 수 있다. 타인이나 다른 무엇을 추종할 것이 아니라 자신만이 지닌 오리지낼리티에 충실하고 그 가치에 창의성을 가미하는 노력이 독특한 아우라를 만든다.
아우라는 카리스마와 일맥 상통한다. 초능력이나 절대적인 권위, 신의 은총을 뜻하는 그리스어 'Kharisma'에서 유래한 카리스마는 대중을 따르게 하는 능력이나 자질, 권위라는 의미로 통한다. 카리스마가 권위적이고 복종적인 양상으로 상대를 장악한다면 아우라는 부드럽게 상대에게 스며드는 꽃향기의 힘을 갖는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나답게 사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영원히 해답이 없다. 내 안에 있는 존재의 유일성과 창의력을 믿고 매일 노력하면 자신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품어낼 수 있다. 간절함이 변화의 등불이 된다.
나를 키우고 내 삶을 바꾸는 아우라의 창조자는 바로 나다. 미운 오리새끼가 아닌 백조가 되기 위해, 만날수록 끌림이 깊어지고 단 한차례 눈길로 억겁을 노래하는 사랑의 만남을 위해, 나답게 사는 내 삶의 참된 주인공이 되기 위해 벌거벗은 마음밭에 '아우라'라는 이름의 꽃향기 가득한 나무 한 그루 심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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