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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페리아 데 아브릴'

이 영 주 / 수필가

세비야는 골목의 도시다.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조금 가다가 세 갈래로 갈라지는 게 보통이다. 마치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골목들은 날씨가 더워서 그늘을 만들기 위한 방편이라니 절묘하다. 그리고 그 골목길에는 반드시 성당들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의외로 화려하고 규모가 상당한 성당들이다. 수많은 성당들의 금빛 찬란한 모습은 가톨릭 신자인 나도 "종교를 빙자한 얼마나 많은 만행이 전제되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멋졌다.

도착한 다음 날, 시내에 나갔으나 거의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 '페리아 델 아브르 (봄의 축제 Feria de Abril)' 여파였다. 원래 농목축업자들의 견본 시장이 기원인 세비야 봄의 축제는 부활절 지나고 2주일 동안 진행된다. 이젠 스페인 3대 축제의 하나가 된 이 축제 기간에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춤추며 마음껏 즐긴다. 덕분에 거리엔 운두 높은 검은 모자에 정장을 입은 마부들이 끄는 꽃장식한 쌍두마차들이 끊임없이 달렸고, 머리에 빨간색 커단 꽃 한 송이를 꽂고, 색색의 훌라멩코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의 드레스 자락이 물결쳤다.

과달키비르 강이 심장에서 흐르는 세비야(스페인어: Sevilla 영어: Seville)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다음으로 스페인에서 4번째 큰 도시로, 인구가 약 70만 명이다. 스페인의 남서부, 세비야 주의 주도(州都)이면서 안달루시아 지방의 예술, 문화, 금융의 중심 도시이기도 하다. 고대 로마 시대의 속국이었다가, 무어인들의 지배를 500년 동안 받았다가, 1248년 스페인 왕국이 통일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1649년 흑사병의 창궐로 인구의 반을 잃는 대참사도 겪었으나 19세기와 20세기에 이르러 다시 스페인 산업화의 중심지로 부활되었다.

세비야의 볼거리는 세비야 대성당과 알카자르, 메트로폴 파라솔(Espacio Metropol Parasol)을 꼽을 수 있다. 세비야의 랜드마크인 대성당은 로마의 베드로 성당, 런던의 세인트 폴 사원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성당이다. 콜럼버스의 유해가 있는 대성당은 12세기에 지어진 이슬람 사원을 1402년부터 100여 년 동안에 걸쳐 재건축했다. 그래서 이슬람 건축과 고딕 르네상스 양식이 두루 섞여 있다. 성당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히랄다 탑'이다. 이슬람사원의 첨탑을 16세기에 기독교인들이 플라테스코 양식의 종탑으로 바꾼 히랄다 탑 위에 오르면 세비야 시내가 한눈에 다 내려다보인다.

세비야의 옛 산업인 직물공업에 착안해 벌집모양의 목재건물인 파라솔은 건설 당시엔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많은 혹평이 있었으나 지금은 세비야의 새로운 랜드 마크로 격상되었다. 그러나 고풍스런 분위기의 구시가지에 뎅그러니 서 있는 모습은 생경스럽기만 하다.

알카자르(Real Alcazar)는 이슬람 요새가 있던 자리에 이슬람 문화를 아끼던 페드로1세가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본떠 지은 것이다. 이슬람 문화의 꽃인 섬세하고 화려한 타일들이, 아라베스크 문양들이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색채가 영롱하다.

한 도시에 친구들과 함께 오래 있으니 마치 오래 전부터 이곳에 살았던 것같이 편안하다. 하루 한 끼는 밥도 해먹고, 각자 인생을 회고하기도 하고, 역사와 문화의 현장 속을 쉬어가면서 재음미하는 시간들이 꿀맛이다. 마치 화답하듯 세비야는 수많은 골목만큼이나 수많은 성당만큼이나, 사람의 가슴을 따뜻하게 열어주는 무엇인가가 있다. 물가가 착하고, 타파스가 진짜 맛있고, 사람들이 순하다. 여기 와서 살까? 싶을 정도로 세비야는 금방 익숙해지기까지 했다. 어디에 여행 가서 이런 평화와 안식을 누릴 수 있겠는가. 4월의 세비야 여행이 내겐 나의 '페리아 델 아브르' 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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