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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읽는 기독교] 창발하시는 하나님

정요석 목사 / 세움교회

개미 한 마리는 집을 지을 수 없는데 어떻게 이들은 전체로 함께 일을 할 수 있을까.

이처럼 각 구성 요소로서는 할 수 없는 기능이나 현상이 전체적인 구조를 통해서 출현하는 현상을 '창발성(emergence)'이라고 한다.

열왕기상 22장을 보면 북이스라엘이 남유다와 연합하여 아람과 전쟁을 벌였다. 아람왕은 이 전쟁의 주동자가 아합인 것을 알고 지휘관 32인에게 먼저 그를 죽이라고 말했다. 아합은 이것을 짐작하고 왕복을 벗어버리고 일반군인처럼 변장했다. 전쟁이 시작되자 아람의 지휘관 32인은 왕복을 입은 자를 찾아 죽이려했지만 그는 남유다의 여호사밧왕인지라 포기했다. 아합은 이런 것을 보며 자기의 계략이 맞아 돌아감에 흐뭇했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아합은 한 병사가 우연히 쏜 화살에 맞았고, 전쟁이 너무 맹렬하여 제때 치료를 못 받아 피를 너무 많이 흘러 죽고 말았다.

부하들은 병거 바닥에 고인 피를 사마리아 못에 씻었고, 개들은 그 피를 핥았는데, 성경은 이것이 여호와의 하신 말씀대로 되었다고 말한다.

아합은 나봇의 포도원이 탐이 나 그를 모략하고 죽인 후에 포도원을 빼앗았는데 하나님은 엘리야를 보내 개들이 나봇의 피를 핥은 곳에서 아합의 피도 핥을 것이라고 예언하셨고, 이 예언은 우연히 날아온 화살에 의해 그대로 집행된 것이다.

이 화살이 '우연히' 날아온 것일까. 한 병사가 우연히 쏘는 화살 하나도 결코 우연이 아님을 '우연히'라는 단어를 통하여 성경은 더 강하게 말할 뿐이다. 아합, 나봇, 유다 왕, 아람 왕, 그리고 세 나라의 많은 병사는 모두 독립적으로 활동을 한다. 그런데 더 높은 차원에서 하나님이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무시하지 않고 모두 내포하면서도 그들을 뛰어 넘어 창발적으로 일하신다.

우리 교회는 지난 2003년에 교회당 건축을 했다. 그때 앞에 있는 아파트 주민들이 교회당이 너무 높이 올라간다며 콘크리트 타설 때 레미콘 차가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구청이 적법하게 허가한 건축공사를 막은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주민들의 정서를 고려하여 4층으로 타협했다. 하지만, 이 타협으로 우리 교회는 수억 원을 손해 봤고, 여러 계획이 망가졌다. 나는 주민들이 미웠고 분노를 느꼈다.

분노와 미련을 이겨내는 데 원수 갚는 것이 하나님에게 있으니 친히 원수를 갚지 말라는 로마서 12장 말씀이 큰 도움이 되었다. 무심코 화살 하나를 통해 징벌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인식이 마음을 가라앉히게 했다. 우리 교회의 건축이 옳다면 창발적으로 일하시는 하나님이 선과 악을 갚으실 것 아닌가. 이렇게 마음을 추스르니 주민들의 마음도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기도와 성경과 헌금과 교회봉사를 많이 하는 사람도 신앙이 좋겠지만, 해가 지기 전에 화를 푸는 사람이 최소한 나에게 있어서는 신앙의 성숙자이다. 하나님의 섭리와 심판을 믿고 자신의 분노와 집착을 해가 지기 전에 풀고 잠을 잘 자는 자가 신앙이 좋은 것이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나봇의 가족들의 신앙의 승리는 무엇일까.

우리는 오히려 우리에게 죄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결국은 선한 자가 이기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믿을수록 원수를 잊어야하고, 우리를 살펴야하고, 할 수만 있다면 원수가 주릴 때 먹이고 목마를 때 마시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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