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살며 생각하며] 꼴등상

정 철 호 / 골프 티칭프로 Class A1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골프 용어들은 골프의 본 고장인 스코틀랜드나 혹은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용어들이 대부분이다.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포함하여 골프 룰과 에티켓 등의 모든 용어는 물론, 프로 골프대회 또는 친선을 도모하는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여러 가지 상(Prize)의 명칭도 이들 나라에서 붙여지고 시작된 이름들이다.

아마추어 친선대회에서 시상되는 많은 종류의 상 중에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상으로는 잘 알려진 '부비상'이란 용어가 있다. 원어 그대로 부비상( Booby Prize)이라 주로 호칭되지만 일본이나 한국에선 '꼴찌상'이라 불려지기도 하는데, 대회 때 등록된 전체 참가자들의 스코어 중에서 가장 부진한 점수를 기록한 골퍼에게 주는 상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꼴등상이다.

예컨데, 지금은 실력이 꼴등이지만 앞으로 더욱 분발하고, 노력하라는 뜻을 담아서 주는 일종의 격려 차원의 성격을 띤 상이었기 때문에, 초창기에는 부비상 본래의 목적을 잘 알고 있던 본고장 골퍼들이 부비상을 아주 의미있고 자랑스럽게 받아들였다는 기록이 있기도 하다.

한국보다는 한참 먼저 골프가 성행(?)했던 일본에서도 처음에는 본 고장의 부비상 제도를 따라서 이제 막 골프를 시작하는 초보자와 약자를 배려하고 용기를 준다는 뜻에서 메달리스트나 챔피언보다도 오히려 더 푸짐한 상품을 수여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전에 나와 있는 'Booby'의 뜻은 얼간이, 멍청이, 꼴찌 등으로 해석되어 있지만, 약자에게 인정이 많은 한국에서는 이것을 골프 시상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할 때, 솔직함과 정직함을 포함하는 뜻으로 재해석하였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이유로는, 한동안 친선대회에서 골퍼들은 "내가 얼간이 상을 받았어!(I won the booby prize!)"라고 자랑하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나는 이번 경기에서 스코어를 양심적으로 정확하고 아주 솔직하게 기록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내가 꼴찌를 한 것이다'라는 즉, 양심을 속이지 않고 룰대로 스코어를 기록했다는 뜻으로 부비상이 해석되기도 하면서, 친선대회 때마다 부비상을 타기 위해 일부러 스코어를 만들며 꼴찌를 하려는 양심적인(?) 골퍼가 속출하는 해프닝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근래에 와서는 대회 주최 측이 부비상을 꼴찌에서부터 두 번째 혹은 세 번째를 차지한 골퍼에게 임의대로 상을 주기도 하고, 상의 명칭도 다른 이름으로 교체하면서 원래 초창기 부비상의 취지가 퇴색되어 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인들이 골프를 매우 좋아한다는 전 세계적인 소문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한인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이곳 동부 지역도 물론이지만, 어느 지역에서도 한인들의 골프 사랑에는 예외가 없는 것 같다. 십수년 동안 필자의 경험으로 보나, 소문을 통해서나, 세계 어디 어느 곳을 가더라도 한국 사람이 많이 사는 곳이라면 예외없이 주변 골프장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으며, 그곳 골프장엔 어김없이 한국인 골퍼들로 줄을 잇고 있다.

골프라는 운동이 우리 한국인에게 매력을 주고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 개인기를 위주로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우리의 적성에 맞는 것이 이유일까, 아니면 경쟁의식과 평등의식이 유난히 높고 강한 한국인에게만 고급적인 취향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운동이라서 그런 것일까? 불과 삼사십년 전만 해도 한국에선 골프가 아주 특별히 고급 스포츠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골프를 통해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업그레이드시키려는 사람과 경제력을 자랑하려는 사람들끼리 서로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지고, 거기에다 한국인 특유의 경쟁심리까지 함께 작용하는 사치성 강한 운동으로 골프가 소개되면서 골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시절이 있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평등의식이 강한 우리 한국인들에겐 '꼴등상' 이란 골프 용어가 아직까지는 매우 낯설고 창피한 단어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