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은 낭만여행]이탈리아 베로나2
미술품 도둑들이 노리는 카스텔베키오 미술관
2015년 르네상스 작품 도난으로 세계 이목 집중
1356년 건축된 웅장한 성을 미술관으로 개조해
도난 사건이 있기 두 달 전 나는 요새와도 같은 이곳을 자세히 관람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어떻게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나는 탄식을 금치 못했다. 검은 옷과 마스크를 쓴 도둑들의 침입은 11월 19일, 문을 닫는 시간인 오후 7시 30분에 이루어졌다. 알람 작동은 문을 닫은 후에 하는데, 도둑들은 알람 작동이 되기 전에 재빠르게 미술관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당시 미술관은 11명의 직원이 모두 퇴근했고 티켓 담당 직원 한 명과 경비원 한 명만 미술관을 지키고 있었다. 도둑들은 전시실로 침입해 두 사람을 밧줄로 묶고 입에는 자갈을 물렸다. 그리고는 한 명이 총을 들고 직원과 경비원을 지켰으며 두 명은 전시관을 다니며 작품을 뜯어 내기 시작했다. 도둑들은 전시관에서 무엇을 훔쳐야 하는 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작품을 뜯고 옮기는 동안 그들은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을 정도였다. 17점의 작품을 움켜진 도둑들은 그 작품들을 자동차 두 대에 옮겨 싣고 밖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한 차는 자신들이 타고 온 밴이었고 또 한 대는 경비원의 자동차를 빼앗아 달아난 것이다. 미술관에는 48개의 감시 카메라가 돌아 가고 있었다. 작품의 추정 가치는 1천7백만 유로(1천9백만 달러). 하지만 작품을 경매에 붙이면 그 값어치는 수 십배 이상으로 껑충 뛰게 된다. FBI에 의하면 미술품 범죄에 의한 피해액은 매 년 수 십 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당국은 부도덕한 개인 수집가의 주문으로 도둑들이 범행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합법적으로는 도난 미술품의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도난 당한 작품 중에는 틴토레토, 루벤스, 벨리니, 피사넬로 등 르네상스 시대의 걸작품이 11점이나 포함돼 있었다.
나는 특히, 피사넬로, 만테냐, 루벤스의 작품까지 도난당한 것을 알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작품들 앞에서 나는 많은 감동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피사벨로의 성모자상에서는 두 천사, 메추라기, 새, 장미정원이 함께 어우러진 멋진 화면 구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동물과 식물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던 북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의 중요한 화가였다. 1356년에 지어진 카스텔베키오는 ‘오래된 성’이라는 뜻이다. 성벽과 탑으로 단단하게 지어진 성에는 적의 습격에 대비해 탈출 통로(다리)까지 만들어 놓았다. 그 것 뿐인가 나중에는 대포까지 설치해 철통같은 요새를 구축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카스텔베키오는 상당수 파괴되고 말았다. 베로나시는 고민 끝에 성을 복원시킨 후 박물관으로 개조하기로 결정한다. 모든 것은 베네치아 출신의 건축가 카를로 스카르파에게 맡기기로 했다. 1958-1964년 사이에 스카르파는 건물의 모든 부분을 설계하고 복원했다. 그는 기존 구조체의 옛모습은 살리고 전시관은 곳곳이 살아 꿈틀거리도록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다. 스카르파는 어려서 부터 유리공예를 배웠으며 건축을 공부한 후에는 가구 디자인, 계단 설계, 박물관 설계, 묘지 설계 등 다양한 방면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 빛과 콘크리트의 마술사였다. 베네치아의 카 포스카리, 아카테미아 미술관, 올리베티 쇼룸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친 곳이다. 작품을 도난 당한지 며칠후 브레시아(Brescia)에서 범행에 사용된 자동차(밴)가 발견됐다. 브레시아는 밀라노와 시르미오네 중간쯤에 위치해 있는 작은 도시다. 그들은 베로나에서 시르미오네, 밀라노를 거쳐 프랑스 방향으로 달아난 것 처럼 브레시아에 차를 버렸다. 그러나 이탈리아 수사팀은 프랑스가 아닌 동쪽의 우크라이나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비디오를 면밀히 조사해 본 결과 이들은 서쪽이 아니라 동쪽으로 갔을 것으로 추정했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네델란드의 걸작품 4점을 회수하여 네델란드로 반환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12월이 되었는데도 수사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1월에도 도둑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려 오지 않았다. 2월에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러던 3월의 어느날, 드디어 좋은 소식이 베로나와 전세계에 타진된다. 우크라이나의 한적한 숲속에서 카스텔베키오 미술관의 17점 작품을 모두 발견했다는 뉴스였다. 뉴스에는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작품을 살펴 보고 있는 사진이 기사와 함께 올랐다. 도둑들은 카스텔베키오의 경비원을 포함한 이탈리아인들과 2명의 몰도바인 등 모두 13명이었다. 유럽에는 귀중한 그림이 많아 앞으로도 미술품 도둑은 좀처럼 줄어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도덕한 수집가 또는 도둑들이 알아야 할 것이 한가지 있다. 미술품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관에서 감상하는 것이다.
여행팁: 박물관 입장료(6유로), 60세 이상(4.5유로)
10월부터 5월까지 첫 번째 일요일(1유로)
베로나 카드 소지자(무료)
글·사진: 곽노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